비정규직 해소 나섰던 현대제철, 노조 불법점거 23일째···생산차질 우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09.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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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당진제철소 불법 점거가 23일째를 맞이했다. 현대제철 자회사가 아닌 직고용을 주장하는 노조의 주장에 회사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장기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14일 현대제철 및 유관업계에 따르면 이번 점거는 지난달 2일 시작됐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점거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폭행하는 등의 피해도 잇따라 보고됐다.



현대제철은 퇴거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거인원을 상대로 집시법·감염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당국에 고발했다. 점거 하루 당 지회 1000만원, 1인 100만원의 가처분 판결이 예고된 오는 15일에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 호남·영남 지부 및 협력노조의 직고용 요구 집회가 예고된 상태다. 회사 시설물이 불법으로 점거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현대제철이 법적카드를 내세우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도 깊어질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사태는 현대제철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현대제철은 100% 자회사 현대ITC 등 3개 회사를 통해 협력사 직원들을 수용하고자 했으나, 일부가 현대제철 소속의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고용노동부 시정지시에 따른 조치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음에도 (비정규직지회가)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제철이 대화가 아닌 고발조치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은 직접협상자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장을 점거한 인원들은 현대제철 협력업체 소속이다. 자회사 입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상대도 협력업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현대제철의 양보와 결단을 요구하고 있어 협력업체에서도 개입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무조건 양보하라는 주장은 협상이 아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음을 방증한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의 자회사를 통한 채용 역시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상당 수준 개선한 조치다"고 답했다. 이어 "현대제철 소속원과 자회사 기본급이 10%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똑같은 직고용을 실시하면 기존 소속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불법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불법점거·파업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공장 사무직 직원들까지 생산라인에 투입하며 대체·비상인력 체제를 유지 중이다.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나 투입된 인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등 잡음이 감지된다는 후문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생산 차질뿐 아니라 회사 손실도 확대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입사는 강제가 아닌 선택사항이다"면서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협력사 소속원으로 직고용을 요구하며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 시설을 무리하게 점거하는 행동이 옳은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장을 관철해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도 핵심시설을 점거하고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안기는 불법시위가 계속될 경우 협상은 더욱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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