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순익' 은행, 잘나가고 있나[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09.1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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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비경상 이익이 급증한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도 8조 6000억원에 달해 작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32.3%나 증가하였다. 이익만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은 2015년 말 1.8%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하여 올해 6월 말 현재 0.54%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작년에도 부실채권비율은 떨어졌다. 이익은 크게 회복되었고 건전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 국내은행은 태평성대를 맞은 것인가? 숨어있는 리스크는 없을까?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 중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34.5%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16년 26.7%에서 계속 증가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다음 해인 2009년의 32.3% 보다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은행의 건전성은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상태를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영업은 잘 안되지만 저금리로 이자부담이 낮아 근근이 버티는 기업들이 많다. 또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유예 프로그램이 만료되면 리스크가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이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차례 올렸다.

앞서 국내은행의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고 했는데 이는 경제 전체적으로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이라고 한 것은 실물경기와 관계없이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였는데 국내은행 대출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율인 11.7%를 기록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자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폭증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경기침체로 영업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당장 빚을 내서라도 버티기 위해 대출을 늘린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거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다음 달에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로 영업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 케이뱅크도 내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행산업에는 경쟁압력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쟁이 강화되면 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은행들이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수치로 보면 현재 국내은행은 잘나가고 있다. 수익성, 건전성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저금리로 좀비기업들이 활보하고 있고 자산가격 폭증에 따른 탐욕과 경기침체에 따른 절박함으로 늘어난 빚은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은행산업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라 위험투자에 대한 유혹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과 감독당국 모두 잠재 리스크에 경각심을 가지고 치솟은 대출도 조절해가며 대응해야 하는 시기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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