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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도 낚였다…암호화폐 널뛰게 한 '월마트 오보' 사건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1.09.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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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보도자료에 라이트코인 한때 폭등 /
머스크 한마디에 이날 '55배' 뛴 코인도 /
시장 취약성 드러내, 규제 목소리 키울 듯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과 미국 언론계가 월마트의 가짜 보도자료에 낚이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회사가 오보라고 해명하며 시장은 진정됐지만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월마트 보도자료'를 인용해 "월마트가 고객의 결제에 암호화폐 라이트코인을 허용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라이트코인은 33% 이상 폭등하며 236달러까지 치솟았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암호화폐 결제 허용은 라이트코인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마트는 성명을 통해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보도자료는 가짜"라고 밝혔고, 라이트코인의 가격은 30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4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라이트코인 가격은 177.29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도 월마트 보도 이후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13일(현지시간) 월마트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오보 소동 당시 라이크코인 가격 추이.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블룸버그13일(현지시간) 월마트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오보 소동 당시 라이크코인 가격 추이.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블룸버그
로이터도 속았다…조금 이상했지만 형식 갖춰진 자료
월마트의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오보 소동은 미국 보도자료 서비스인 '글로브 뉴스와이어'(GlobeNewswire)를 통해 배포된 가짜 보도자료에서 시작됐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는 이날 월마트가 라이트코인과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배포된 자료에는 "오는 10월 1일부터 모든 이커머스 매장에서 라이트코인 결제 옵션을 시행한다"는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담겼다. 해당 보도자료를 받은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등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고, 라이트코인의 트위터 공식 계정도 이를 76만1000명의 팔로워에게 공유했다.

그러나 월마트의 공식 성명으로 오보임이 확인됐고, 이들 외신은 문제의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를 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도 문제의 보도자료를 폐기한다며 "이번 일과 관련된 범죄 가능성을 포함한 전면 조사를 관계 당국에 요청하는 등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포된 가짜 보도자료에는 월마트의 로고는 물론 홍보팀의 이메일 주소 등 연락처도 함께 게재돼 기존 월마트의 보도자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 경영 전문지인 패스트컴퍼니는 "문제의 보도자료는 6개 단락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2개 단락은 라이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해당 보도자료의 진위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라이트코인 측이 고의로 이번 가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라이트코인 창업자인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재단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담당자가 허위 사실에 속아 우리 트위터 계정에 이를 게시했고, 가짜 뉴스임을 확인한 후 즉각 삭제했다"며 "허위 정보 유포 사건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리 창업자는 "현재 라이트코인은 약 10만개 가맹점에서 사용 중이다. (라이트코인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할 동기가 없다"며 이번 오보 소동과 관련 라이트코인 측이 책임질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가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보낸 월마트의 '가짜' 보도자료. /사진=트위터 갈무리글로브 뉴스와이어가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보낸 월마트의 '가짜' 보도자료. /사진=트위터 갈무리
암호화폐 시장 변동성 재확인…규제 강화 목소리 커질 듯
월마트의 성명 발표로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오보 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출렁이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시장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이번 오보 사태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악용한 사기라고 표현했다.

최근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큰 상황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과 정보 제공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결국 투자자들이 확인되지 않는 각종 소문과 언론보도에 의존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에 시바 반려견 '플로키'를 언급하자 '시바 플로키 코인' 시세가 급등한 것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머스크 CEO는 자고 있는 시바견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플로키가 도착했다"고 적었다. 이후 시바 플로키 코인 가격은 한때 24시간 대비 55배 이상이 뛰었다.

이번 소동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시장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4일 예정된 상원 은행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제출한 서면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는 암호화폐 금융과 발행 거래, 대출과 관련 충분한 투자자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솔직히 지금은 서부 시대나 증권법 시행 이전의 매입자가 위험을 부담하는 상황과 같다"고 암호화페 관련 규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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