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르고 전세자금대출도 불었다/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전세대출 수요도 급증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3억2355만원으로 지난해 말(2억8988만원)보다 11.62%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억4345만원으로 지난 3월부터 6억원대에 진입했다. 전세대출 잔액도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 119조9670억원이다. 지난해 말(105조2127억원) 대비 14.02% 증가했다.
은행이 대출을 조이는 움직임을 보이자 고객들은 초조해졌다. 서울 중구 은행 영업점 직원은 "아직 전세계약서도 쓰지 않은 고객이 추가 규제를 염려해 은행에 오거나 유선상으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심사 시스템을 미리 돌려볼 수도 없고 상품 판매 여부, 금리 변동 폭 등을 예측해서 말할 수도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잔금일을 앞당기는 식으로 미리 전세대출을 받으려 하거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도 늘었다. 서울 광진구 은행 영업점 직원은 "미리 전세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계약을 서둘렀다는 고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에서는 "한 고객은 전세계약자로서 초조한 사정을 토로했는데 전세대출은 날짜가 안 맞아 우선 신용대출을 받아갔다"고 했다.
기존 거래 은행에서 전세대출이 막혀 다른 은행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11월까지 전세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국민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기존에 국민은행에서 일절 거래가 없었는데 전세대출을 위해 계좌를 만든 고객도 있었고 다른 은행에서 다세대주택 전세대출이 거절돼 넘어온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다. 한 은행원은 "당장 다음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연말, 내년 초를 가정한 질문에 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며 "'규제가 시작되더라도 당장 적용하는 게 아니라 시행일을 미리 고지한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정리되지 않은 애매한 말로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전세대출을 쥐어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추석 이후 가계대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인데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많아 그들이 피해 보지 않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모호한 답만 내놓으면서 혼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