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HMM 지분, 점진적 매각 바람직"(상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09.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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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


이동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회장이 원론적 차원이지만 HMM 보유지분의 단계적 매각 방침을 시사했다. HMM 매각은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검토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던 기존 발언에서 한 발 더 나간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전향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여건 조성되면 HMM 지분 조금씩 낮추는 게 바람직"
이 회장은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MM 민영화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M&A(인수·합병) 여건이 조성되면 (산은의) 보유지분을 조금씩 낮춰야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분 매각은 정부 정책판단과 시장 여건을 감안해 유관기관과 협력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산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중심으로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고, 산은 보유주식은 점진적 매각을 통해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산은은 HMM 지분 24.96%(1억119만929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이 회장은 현재 HMM 매각 관련해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큰 방향에서 (산은의 점진적 지분 매각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유관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고, 정책당국과 협조하면서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매각 계획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임단협(임금·단체협상) 협상을 타결한 HMM 노사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그는 "HMM이 사상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보단 코로나19(COVID-19)에 기반한 시황 개선 등 우호적 영업환경 덕이 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HMM은 10년 간 적자기업이었고, 누적적자가 4조원대일 정도로 취약한 기업이었다. 특히 내후년에는 적자로 다시 전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HMM이 정상화 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HMM 임금협상 시 노사 태스크포스(TF)가 합의할 경우 3년 간 임금조정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건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매년하는 임단협 대신 다년 기준 임단협으로 개선돼야 하고, 부실기업의 경우 호봉제도 폐지 또는 개선돼야 앞으로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 법적 문제 없어"
KDB인베스트먼트(KDBI)의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사실상 재입찰이 이뤄지는 등 '밀실매각'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선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앞서 KDBI는 지난 6월 25일 본입찰을 마감한 뒤, 지난달 2일 재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본입찰에서 중흥 컨소시업은 2조3000억원을, 경쟁사인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냈다. 이후 중흥 측이 인수 조건 조정을 요청했고 KDBI가 이를 수용하면서 결국 중흥 컨소시엄이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매각자 측은 두 후보 모두에 입찰가 수정 기회를 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혈세가 투입된 공적자금 투입 거래에서 약 2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 회장은 "지금 매각 과정도 상당히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하다면 더 투명하고 공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세부적인 건 진행 중인 대우건설 매각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말할 수 없고, KDBI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공정위, 전향적으로 나서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촉구하며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제가 말하는 게) 괘씸죄에 걸릴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런 시장과 신압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신고와 관련해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필수 신고국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산은과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발표하고 약 두 달 뒤인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냈지만 8개월 가까이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사이 터키와 필리핀, 태국 등 다른 나라 경쟁당국은 심사를 마루리 한 상태다.

이 회장은 "우리 경쟁당국이 앞장서 주면 좋겠고, 다른 경쟁당국을 설득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면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이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우리 (공정위)는 기다리고 앉아서 다른 데들이 결정하는 걸 보고 (심사를) 하려는 것 같아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탐내겠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항공운임 등 통제를 철저히 하겠단 약속도 했고,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이 워낙 심해 그럴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쟁당국의 협조와 전향적인 검토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 정치권도 비판했다. 그는 "(이들은) 심지어 경쟁당국 앞에 가서 기업결합심사에 압박을 넣고 있어 EU(유럽연합) 경쟁당국 승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노조와 지역사회의 책임 없는 주장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자율에는 책임이 수반한다"며 "결국 승인이 안됐을 경우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오는 15일 본입찰 예정인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가진 신규 투자자 없이는 쌍용차를 살릴 방법이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 또 쌍용차 노사의 협조 없이는 쌍용차의 정상화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 일부 인수 후보자가 쌍용차 평택부지 이전 차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먹튀' 우려에 대해선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현재 공장이전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고, 계획을 추진한다해도 최소 7~8년 이상 걸리는 매우 불확실한 계획"이라며 "저희도 그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공장부지 이전이란 불확실성을 가지고 투자자가 쌍용차 투자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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