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용 사과 1개에 5000원 "비싸, 눈으로만 봐"…상인도 소비자도 '울상'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구단비 기자 2021.09.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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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일주일 앞두고 전통시장·대형마트 돌아보니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과일·채소 판매점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과일·채소 판매점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


"사과 맛있겠다." "눈으로만 봐. 비싸."(70대 부부)

"장 보러 왔는데 너무 비싸서 아무 것도 안 샀어요."(70대 여성)

"폭염에 고기값이 오른 데다 코로나19(COVID-19)로 가족들이 모이지 않으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어요. 비싸서 더 안 팔리네요."(60대 마포공덕시장 정육점 사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치솟은 물가에 소비자들과 상인들이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담스러운 물가에 지갑을 닫았다. 상인들은 매출 하락에 한숨을 쉬고 있다.

배 3개 1만원 "너무 비싸서 못 사겠어요" 구매 포기 소비자 여럿
경동시장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경동시장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
13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대표 전통시장인 만큼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두고 "비켜"라는 고함소리가 오갈 정도로 번잡했다. 시장은 분주했지만 비싼 가격에 물건을 내려놓는 소비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동태포를 만지작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상인이 "사지 않을 거면 만지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서다. 다른 소비자도 "1000원만 깎아달라"는 요청이 통하지 않자 "비싸다"며 구매를 포기했다. 상인에 따르면 동태, 문어 경우 지난해 대비 박스당 3000~4000원 가격이 올랐다.

차례상에 오르는 배, 사과 등 과일 구입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더라도 소량만 구입하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한 50대 여성은 "배랑 사과 값이 너무 올라 살지 말지 고민"이라며 "차례상 차리기가 겁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수용 사과는 점포마다 달랐지만 1개에 3000~5000원 정도였다.

60대 여성은 "비싸서 차례상에 올릴 사과 몇개만 낱개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채소를 구매한 70대 여성도 "더덕, 도라지, 연근 등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평소라면 많이 샀겠지만 오늘은 딱 한 번 먹을 만큼만 샀다"고 했다.


가격 부담에 흠집난 물건을 구매하는 이도 있었다. 50대 여성은 "2000원 더 싼 흠집 난 밤을 샀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4개에 1만3800원에 팔리고 있는 배/사진= 박미주 기자대형마트에서 4개에 1만3800원에 팔리고 있는 배/사진= 박미주 기자
대형마트에서도 소비자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과일과 채소 가격이 최근 20~30% 오른 것 같다"며 "복숭아, 배, 사과 등은 비싸서 쳐다보기만 하고 못 샀다"고 말했다. 마트에선 배 4개 가격이 1만3800원, 복숭아 4~7개는 1만6900원이었다. 광고 상품인 홍로햇사과 2.5㎏ 행사가가 9920원이었다. 200g짜리 적상추 한팩은 40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마트 내 계란은 공급 부족 상태였다. 30개가 든 한 판짜리 국산 계란은 없었고 25개입 7980원짜리 국산 청국장 먹인 계란과 한 판에 3950원인 미국산 계란이 있었다. '계란 생산량 부족으로 30구(판란) 구매를 1인 1판으로 한정 판매합니다'란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대형마트 내부 계란 안내판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대형마트 내부 계란 안내판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가족들도 안 모이고 비싸서 안 팔려요" 상인들 울상… 매출 작년보다 절반 이상 줄기도
경동시장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경동시장 모습/사진= 구단비 기자
상인들도 우울한 표정이다. 경동시장에서 청과류를 판매하는 60대 상인은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50% 정도 감소한 것 같다"며 "추석 때마다 물가가 오르는데 사람들은 비싸다는 이유로 돈을 안 쓴다"고 푸념했다. 곶감, 꿀 등을 판매하는 50대 자영업자는 "물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내가 파는 건 작년이랑 비슷한 수준인데도 장사가 잘 안 된다"며 "경기가 안 좋아 방문객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방문한 서울 마포구 마포공덕시장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60대의 정육점 상인은 "최근 젊은이들이 재난지원금으로 고기를 구매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고기 구매량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아 작년보다도 매출이 줄었다"며 "힘들어 죽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채소를 파는 40대 상인도 "상추 가격이 작년 대비 두 배가량으로 뛰었는데 그래서인지 장사도 잘 안되는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 마포구 마포공덕시장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마포구 마포공덕시장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그나마 반찬류를 판매하는 곳은 사정이 괜찮았다. 반찬 판매 상인은 "1인가구 등이 늘어나고 재료가격이 오르면서 조리된 반찬을 사서 먹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매출도 줄지 않고 괜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공개한 추석 3주 전(지난달 30일~31일) 서울 25개구 88개 시장·유통업체 추석 제수용품 24종 구매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제수용품 가격은 평균 30만369원으로 전년 27만4768원 대비 9.3% 상승했다. 물가감시센터가 조사한 제수용품 총 24종 중 청주, 참조기를 제외한 22종 품목 가격이 올랐다. △곶감 39.6% △계란 36.9% △배 27.3% △사과 4.4% △축산물 9.8% △채소·임산물 9.7% △가공식품 5% 등 가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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