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열풍' 부는데 컨테이너선 하루 화석연료 130톤…해운업계 대책은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1.09.1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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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선박 하루 평균 사용 연료가 130톤."

전 세계 친환경 규제가 거세지면서 수소와 전기 등 친환경 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해운업계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탈탄소 규제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업계 내에서는 대체에너지 사용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출발한 1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미국 서부 항구에 도착하기까지 사용하는 연료는 하루 평균 120~130톤이다.

선박과 운항속도, 화물 무게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중국·한국 등 아시아 각지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가는데도 편도로만 1000~1200톤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막대한 양의 연료를 사용하는 까닭에 그 유해가스 배출량도 무지막지하다. 대형 컨테이너선 한 대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유해가스는 약 5000만대의 차량이 뿜는 양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수소·전기 등 친환경 에너지를 선택하는 가운데 해운업계도 탈화석연료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에너지 활용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체재가 없기에 선박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1~2년 내에 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조선사와 협력해 대체에너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나마 유럽의 일부 중소형 해운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이용 중이지만 당초 LNG를 보급할 수 있는 항구는 손에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을 운영하는 대형 해운사가 LNG선을 사용하면 당장 선박 자체를 운용할 수가 없다. 현재 암모니아(수소)나 에탄올 등 다른 대체에너지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 수준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도 에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을 검토 중인데, 국내도 아직 대체연료 검토 단계 수준"이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장기적인 흐름이지만 일단 친환경 사례가 하나라도 정착이 돼야 선박 발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제도 제한적이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글로벌 해운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의 50%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해운업계는 온실가스 관련 탄소집약도지수(CII)를 2020~2023년에 매년 1%, 2024~2026년에 매년 2%씩 줄여야 한다.

그러나 당장 적용되는 가장 큰 규제는 항산화물 규제다. IMO는 지난해 1월부터는 황산화물 함유율이 3.5% 이하에서 이를 0.5% 이하로 낮춘 저유황유 연료를 사용하는 규제를 발효했다. 전기·수소차처럼 제로(0) 배출이 불가하기에 배출량이 더 적은 좋은 기름을 쓰라는 식이다.

규제를 지키려면 선사들은 항산화물 세정장치인 스크러블을 사용하거나 값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이같은 규제는 스크러블 탑재 친환경 선박을 다수 확보한 HMM 등 국적선사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인프라 보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한 국가가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국내 항구에서 보급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전 세계 항구에 관련 인프라가 있어야 비로소 선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주한 선박의 수명이 20~30년으로, 해운업체도 최소 2~30년을 보고 투자를 한다"며 "아직까지 탈탄소 관련 로드맵도 없는데 20년 뒤의 규제 등이 지금부터 나와야 업계도 시기에 맞춰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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