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서다 날벼락" 네이버·카카오에 뿔난 핀테크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1.09.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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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뉴스1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카카오(카카오페이)와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의 금융서비스에 제동을 걸자 핀테크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제 차익과 혁신 금융 육성 전략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누려 온 빅테크와 도매금으로 묶여 규제 리스크에 직면하게 돼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정보제공, 추천 서비스는 등록이 필요한 '중개'에 해당한다"며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4일까지 법 위반 소지를 해소할 것"을 요구하자 핀테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핀테크 업계에선 금융위가 금융 플랫폼 규제 방침을 공표하는 과정에서 '광고'와 '중개'의 차이를 구분하는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핀테크 업계의 요청 사항이기도 했지만 바람과 다른 규제 방안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에선 즉시 '빅테크 책임론'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아 온 빅테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규제 리스크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함께 규제받게 된 상황이라 '쉬쉬' 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며 "모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자회사들의 독과점 문제로 여당에 찍혔고, 금융 분야에선 위법과 합법 사이 '꼼수'를 쓰는 등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간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위해 여러 규제들을 가능한 풀어주자는 쪽이었다. 후불결제 서비스의 경우 현행법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따라 빅테크는 최대 4년간 규제를 유예·면제받았다. 현재 네이버페이 등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작지 않았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DB손해보험과 손잡고 출시한 암 보험 판매를 한 달만에 중단했다. 이 상품은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KP 보험서비스가 계약자로서 단체보험에 가입한 뒤 다음날 고객 개인을 계약자로 하는 개인보험으로 전환하는 구조였다. 금융당국이 상품 위험성 고지 의무 등이 적은 단체보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개인 보험 전환에 대해 "노골적인 '꼼수'"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독과점 우려도 나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7월 손보사들과 제휴를 맺고 자동차 보험 비교 견적 서비스를 추진했으나 과도한 수수료 논란이 번지자 결국 접었다. 군소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니까 가능했던 일"이라며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결국 보험사들이 입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빅테크 규제 움직임 속에서도 핀테크 업체들의 불만이 감지된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자금 여력이 많고, 사업 영역이 다른 핀테크에 비해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금융위가 혁신을 얘기할 땐 빅테크가 제일 수혜를 봤고,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나오자 핀테크가 가장 피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들러리 서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 군소 핀테크 업체들은 사업 확장보단 기존 대출 비교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 핀테크 업체는 지난 9일 금융당국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신규 서비스 개시 계획을 밝히고 당국의 의견을 물었으나 그 자리에서 '불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핀테크 등은 '대출' 상품에 대해서만 중개업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 10일 자동차 보험료 비교 가입 서비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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