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경기회복과 양극화 해소에 2022년 예산은 적절한가

머니투데이 조흥식 회장 2021.09.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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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차인 2022년 예산이 올해 본예산 558조원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으로 짜여있다. 증가율 8.3%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하면 7%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년 경상성장률 4.2%를 상회한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양극화가 더 심해질 K자형 경기 회복을 감안해 불평등 완화와 더불어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 완화와 관련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고 수준인 5.02% 인상하고 전 국민의 5%인 263만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60%를 지원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최초로 실시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행의 일환으로 플랫폼 종사자 20만명, 임시일용직 43만명, 가사근로자 3000명에게 사회보험료를 신규 지원하도록 했다. 한부모 가구 선정 시 근로소득공제 30%를 도입했고 양육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배 인상, 다문화 자녀 대상으로는 취학 전과 취학 후, 전 연령 학습지도 및 심리상담 등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지원토록 하는 등 고용 및 사회안전망 구축에 4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교육·주거·의료·돌봄·문화 등 5대 부문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투자는 4조40000억원 늘어난 41조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교육부문은 교육급여 수급가구 학생들이 학습콘텐츠 등 구매를 위해 1인당 10만원 학습특별바우처를 신규 도입했고, 국가장학금 5~8구간 소득계층도 반값 등록금을 받도록 했다.



주거부문에서는 저소득층 청년에게 월 20만원 12개월 월세 지원을, 의료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하여 최대 80%를 지원토록 했다. 돌봄부문에선 중위 120%내 중증장애아에게 돌봄신설, 문화부문에서는 저소득층 문화 바우처 대상을 245만명으로 확대했다. 이밖에 백신 구입 등 방역을 강화하고, 청년특별대책으로 일자리, 자산형성, 주거, 교육·복지·문화 등 4대 분야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에 총 23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K자형 경기회복에 따른 불평등 완화와 양극화 해소에 상당히 애쓴 것으로 보인다.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2050 탄소중립' 원년으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대응하는 환경 예산을 12.4% 늘렸고, △한국판 뉴딜 2.0 33조7000억원) △R&D(연구개발) 투자 6조2000억원 △미래 경제구조 선도혁신형 인재양성 예산 2조원 등 의미를 갖는다. 올해 9505억원이었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17.3% 늘려 1조1149억원을 배정한 것도 눈에 띈다.

예산은 미래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세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 GDP(국내총생산)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는 50%, 2025년에는 58.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만 기대하여 세제 개편을 통한 재원확충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재정 운영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국가는 충분히 고려하면서 상당수 취약계층에 대해 우선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이 정례화되는 상황에서 지출 예산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단의 재정방향과 지출계획에 대한 큰 틀을 갖고서 정교한 재정 정책을 과감하게 펼쳐 가야 한다.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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