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지적에도 조선·해운 지원한 文 "무조건 살려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9.12 09:44
글자크기

[the300][청와대24시]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K-조선' 부활 동력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09.09. bluesoda@newsis.com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09.09. [email protected]


"해운·조선산업을 살리겠습니다. 우리 해운·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습니다. 산업 정책적 고려 속에서 해운·조선산업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노력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정확히 3주 후인 2017년 5월31일. 문 대통령은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해운과 조선이 침몰해가던 그땐 정부 지원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해운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많았고,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게 될 것"이란 자조섞인 푸념도 나왔다.



4년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최근 3개월(5~7월)간 글로벌 발주의 47%를 수주하며 '세계 1위'를 달성 중이다. 또 올해 1월~7월 기준으로 호황기(2006~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수주량을 달성 중이다. 이는 경쟁국과 대비해 자국 발주량이 많지 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의미있는 실적이란 평가다.

문재인 정부 첫 대변인으로 당시 문 대통령 옆에서 쓰러져가는 업계 상황을 모두 지켜본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은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뉴시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인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인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수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통해 'K-조선'의 부활 뒷얘기를 전했다.



박 수석은 "정부의 정책 결단과 지원이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지만 해운·조선산업은 국가 경제핵심의 한 축이고 또 전시에는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의 역할'을 하는 안보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다"며 "설사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정부는 과감한 정책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고, 어떤 측면에서는 당연히 결단해야 할 국가의 의무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확고한 정부의 정책의지와 노력이 조선ㆍ 해운산업 부흥의 단단한 기반을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국의 조선업이 'K-조선의 부활'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박 수석은 우선 문재인 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한 기존의 정책지원과 완전히 차별되는 '산업간 연계성'과 경제순환 사이클에 적극 대응한 '과감하고 전방위적인 정책'을 추진한 것이 확연한 성과 차이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조선산업 단독으로 극복이 어려운 불황기에 직면해 전방에서는 해운과 방산이 조선을 끌어주고, 후방에선 철강이 밀어주는 연관산업간 상호 윈윈(Win-Win)하는 정책 접근방식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필수인 해운과 조선의 동시 재건을 위해 상호 연결고리를 집중 지원하는 결단으로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9.09. bluesoda@newsis.com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9.09.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 경쟁력 강화와 조선 일감 확보를 위해 공급과잉 우려에도 과감히 선박 신조를 확대, 초대형 컨테이너선 32척을 국내에 발주했다. 이중 20척은 올해 6월에 인도돼 현재 컨테이너선이 부족한 수출입 물류현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 추가로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은 2024년 6월에 인도될 예정이다.


박 수석은 또 조선산업 호황기 재진입에 대비한 '착실한 구조조정'을 부활의 원인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부터 지연되던 대·중형조선소의 구조조정을 끈기 있게 추진해 중형조선소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등 산업 체질을 개선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군산, 거제, 통영·고성, 창원진해, 목포·영암·해남, 울산동구 등 조선 밀집 6개 지역의 산업경쟁력을 보전할 수 있도록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지정·연장하고 고용 안전망도 추가 확대했다.

이밖에 '친환경화와 스마트화' 가속을 통한 조선산업 미래경쟁력 확보 노력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박 수석은 강조했다. 환경규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의 세계적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제도기반을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등 중국 조선의 저가·물량공세에 대비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예산 1603억원을 확보해 지원 중이다"며 "LNG 운반선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해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 및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홍남기 기획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조선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협약식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이수근 대선조선 사장, 장윤근 케이조선 사장, 김성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강호일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원장,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회장, 김수복 조선5사 사내협력사연합회 회장, 김현수 대한조선학회 학회장,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2021.09.09. bluesoda@newsis.com [거제=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홍남기 기획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조선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협약식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이수근 대선조선 사장, 장윤근 케이조선 사장, 김성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강호일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원장,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회장, 김수복 조선5사 사내협력사연합회 회장, 김현수 대한조선학회 학회장,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2021.09.09.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스토리를 토대로 지난 9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조선과 해운을 따로 보지 않고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을 연계시켜 함께 회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과잉 공급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같은 정책적 결단이 해운업과 조선업을 동시에 살리는 윈윈전략이 되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그동안 국정 성과를 '국민의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상 찾아보기 힘든 연설이다"며 "그만큼 문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을 살려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정책 판단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강조했고, 앞으로도 필요시엔 국가 주력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후의 정부들에게도 교훈으로 남기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끝으로 "조선·해운산업 외에도 문재인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산업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기조를 이어오고 있다"며 "특히 산업전략의 수립에 있어서도 전후방 산업의 연계는 물론 예산·세제지원·R&D 투자·입지 규제완화 등 종합적인 지원전략을 구사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