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락당한 공익신고, '조성은' 이름 석자 7일간 보도막는데만 활용돼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9.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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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이 내일 기자회견에서 제보자 깔려고 했는데 제보자가 휴대전화 제출하고 공익신고자 지정됨. 공익신고자 지정되면 누구도 신원을 밝히거나 추정되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음. 위반시 형사 처벌됨"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0일 오후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캡쳐) 2021.9.10/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0일 오후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캡쳐) 2021.9.10/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측에 고발장을 전달해 친여 인사들을 고발하게 했다는 이른바 '청부 고발' 의혹이 지난 2일경부터 연일 보도되던 가운데, 관련 당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임을 7일 언론에 알린 직후 느닷없이 이같은 '괴문자'가 여의도 정가에 뿌려졌다.



'제보자를 김웅 의원이 공개하면 형사처벌된다'는 취지의 이 괴문자는 효력을 발휘했다. 김웅 의원은 실제로 8일 오전 9시30분경부터 연 기자회견에서 제보자를 밝히지 못했다. 제보자를 밝혀 사건의 본질에 관한 해명을 하려던 김웅 의원은 '맹탕 기자회견'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웅의 기자회견 중 제보자 실명 공개 막았던 '괴문자'…누가 뿌렸을까
애초 기자회견에서 제보자가 누구이고 어떤 맥락에서 제보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지 등에 대해 김웅 의원이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보자를 밝히지 못하면서 김 의원은 더 궁지에 빠지게 됐다.



김웅 의원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제보자의)신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릴 것"이라면서도 "(제보자가) 공익제보자 신분이 돼서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못하게 된 직전 과정을 살펴보면, 매우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김 의원이 제보자 신분을 밝히려는 시도를 사전에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법적 근거'도 부족한 상태에서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라고 못 박고 '형사처벌' 경고로 압박한 뉴스버스 기사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나와 기자들 앞에서 '불법적인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9.10/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나와 기자들 앞에서 '불법적인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9.10/뉴스1
'청부 고발'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던 뉴스버스는 7일 오후 12시30분에 "대검 '고발사주' 제보자 공익신고...메시지 주고받은 휴대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을 붙여 냈다. 뉴스버스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논란을 만든 제보자가 대검찰청에 공익신고를 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공익신고자로 '전환'됐다는 게 기사의 골자였다.


하지만 뉴스버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나중에 대검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상반된 의견 표명에 의해 '오보'에 가까운 내용이었음이 확인됐다. 제보자가 공익신고자로 전환됐다고 뉴스버스가 전하고 대검도 다음 날 오전 이를 인정하는 취지로 짧게 공지했지만, 곧바로 권익위가 이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버스 측이 자신들에게 제보를 한 이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급하게 기사를 내보냈지만 사실상 제보자의 성명이 보도되는것을 막으려는 무리한 기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 당시 시점에서도 제보자의 이름은 정치권과 법조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김웅 의원이 먼저 밝히기를 기다리면서 언론입장에선 제보자 실명 보도를 바로 앞둔 시점이었다. 제보자로 지목된 조성은씨가 극구 부인하면서 실명보도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뉴스버스가 제보자의 대검 공익신고에 관한 기사를 내자 7일 오후부터 이 기사 내용을 요약한 '괴문자'가 등장했다. 괴문자는 국회 관계자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기자들에게 '8일 오전 9시 기자회견 예정'이라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7일 낮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음모론'이 제기된다.

권익위 "뉴스버스 제보자, 공익신고자 지정 권한은 권익위에 있고 아직 논의조차 안됐다"…뉴스버스 기사는 사실상 '오보'로 밝혀져
여당 소속 한 국회 보좌진은 "김웅 의원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제보자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며 "출처도 없고 어디에 어떻게 신고했다는 내용도 생략하고 제보자를 공개하면 형사처벌 된다는 걸 주요내용으로 누가 급하게 뿌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인이 뉴스버스에 제보한 당사자임을 밝힌 조성은씨가 10일 저녁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하면서 더 이상 '공익신고자'를 자처하는 조씨의 성명은 보호받지 못하게 됐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의 '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에 따르면 공익신고를 한 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밀보장을 하도록 돼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 밝히거나 공개에 동의하면 비밀보장이 더 이상 되지 않는다.

조씨의 경우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시된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 중 '신변보호조치, 책임감면, 불이익금지 조치' 등은 해당사항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조씨가 이번 공익신고로 형사적 책임이 감면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씨가 공익신고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인적사항이 '비밀'로 유지되는 것인데, 조씨는 JTBC에 출연하면서 스스로 그 보호조치를 무력화했다.

결과적으로 '공인신고자 보호법'은 이번 논란에서 조씨의 '성명'을 지난 2일부터 JTBC 인터뷰로 보호조치가 의미없게 된 10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비밀'로 유지되는 데만 쓰였다.

아울러 대검은 '공익신고자 요건 충족'이라고 주장했지만 권익위는 이를 부인하면서, 김웅 의원이나 언론에서 조성은씨의 실명을 JTBC 인터뷰 전에 밝혔어도 사실상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단 사실도 뒤늦게야 밝혀졌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 매체를 통해 보도된 해당 고발장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2021.9.8/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 매체를 통해 보도된 해당 고발장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2021.9.8/뉴스1
검사 출신 김웅, 검사들 모인 대검도 제대로 몰랐던 '공익신고자 보호법'
법조계에선 이번 '청부 고발' 의혹 사태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나 검사들이 모여있는 대검조차 공익신고자 제도에 대해 '무지'할 정도인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대검이 8일 오전 김 의원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중인 9시 45분 경 검찰 기자단을 통해 "대검 감찰부는 뉴스버스 보도 관련 제보자의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관계 법령상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의 짧은 문자메시지를 전파한 것도 정상적이진 않다는 비판이 있다.

대검이 김 의원이 기자회견 중임을 몰랐을리도 없을 상황에서 제보자인 조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급하게 언론에 보낸 것은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검이 관련 내용을 접수받은 시점이 지난 6일 저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만 이틀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인 지난 8일 오전에,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공익신고 해당 여부에 대해 판단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시점인데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의식해 급하게 결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검은 어떤 근거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해당되는 어떤 법률 위반 행위에 관한 공익신고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대상 법률을 나열식으로 정해놓고 있어 해당 법률 위반이 아닌 사안에 대해선 공익신고로 인정되지 않음에도 대검은 일체 관련 설명을 하지 않고 '공익신고자 요건에 충족한다'고만 공지했다.

게다가 대검의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는 그날 오후 공익신고자 보호법 소관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직접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권익위는 대검의 공지가 사실상 '틀렸다'는 취지로 해당 사안에 대해선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인정'여부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음을 알렸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2021.9.11/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2021.9.11/뉴스1
결과적으로 김웅 입과 언론 보도에서 "조성은" 안 나오도록 막는 데 성공한 뉴스버스와 대검

종합해보면 뉴스버스와 대검은 김웅 의원의 기자회견이나 언론의 취재활동에 의해 조씨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지난 7일 오후와 8일 오전에 급박하게 움직였다고 해석될 수 있다. 뉴스버스의 기사를 통한 '형사처벌 압박'과 대검의 '공익신고자 인정'이라는 공지는 김 의원이 조씨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사들도 '형사처벌 압박'에 조씨의 실명 보도를 망설였다.

하지만 조씨가 그로부터 이틀 뒤 JTBC 인터뷰에 등장하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형사처벌 조항까지 운운하며 조씨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막았던 노력은 무색해졌다.

권익위의 '비실명 대리신고' 자문변호사단에 속한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검사라는 법률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대검조차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가장 중요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에 대해 권익위가 직접 반박하도록 했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며 "공익신고자 보호제도가 검사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정착을 못한 상태라는 게 입증됐고 관련 법령을 전반적으로 살펴서 미비점 등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변호사를 활용하는 비실명 대리신고도 공익신고 관련 의뢰가 들어오면 자문 변호사가 공익신고 해당여부를 검토해서 공익신고가 아닐 경우엔 권익위가 아닌 담당 기관으로 안내하도록 매뉴얼화 돼 있다"며 "대검도 공익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기관은 맞지만 공익신고임을 수사기관 스스로 인정하려면 마땅히 신고된 위반행위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대상 법률 위반에 속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은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공익신고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일주일간 조성은씨의 이름이 보도되는 것을 막는데 활용됐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고 덧붙였다.

=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 조성은 전 비대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8.1.12/뉴스1  =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 조성은 전 비대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8.1.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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