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재벌 같은 카카오" [우보세]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21.09.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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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얼마전 비 오던 날, 택시를 잡으려고 카카오를 썼더니 4만원에도 안 잡혔다. 광화문에서 마포 구간이었다. 5년 전에 따블을 불렀으면 바로 잡혔고, 3년 전에 콜택시를 탔어도 2만원이면 충분했다. 비를 맞으며 여러가지 상념이 들었다. '타다'와 택시가 죽자사자 싸운 결과가 느닷없는 카카오 독점이라니."

"올 초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하루에 100억원씩 이익을 냈다. 이들이 수천억원을 벌고,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되면서 공익광고 같은 내용의 TV CF를 시작했다. 동시에 막강한 금권으로 4대 로펌을 고용해 국회와 언론에 로비를 하고 있다. 그런 두나무는 카카오 계열이다"



"먼저 성공한 네이버는 눈치라도 본다. 공식적으론 은행업을 포기했고, 파이낸셜 서비스를 하지만 비판이 나오면 움츠러드는 척이라도 한다. 그런데 카카오는 전혀 그렇지 않다. 뱅크 상장으로 4대금융지주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페이는 별도로 IPO(기업공개) 해서 거액을 조달하겠단다. 이들은 계열사끼리 경쟁한다."

"카카오페이가 8월에 김앤장 변호사를 대동하고 금융위원회를 찾았다. 당국에 들어와서도 자기네가 파는 보험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우겼다. 내부논의를 거쳐 창구지도가 아니라 규정과 방침대로 제재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제서야 (카카오는) 마지못해 권고를 수용했다."



빅테크에 대해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너그럽다고 비판을 받던 금융당국이 최근 태도를 180도 바꿨다. 핀테크 육성을 위해 갖은 양식의 특혜를 주던 당국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이유는 뭘까. 실제로 트리거를 당긴 어떤 사건이 있던 것일까. 아니면 쌓이고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일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내놓은 얘기를 종합해보면 우선 이번 제재가 빅테크 전체에 대한 것일까 의심이 먼저 든다. 불만의 사례가 빅테크라는 대형 핀테크 다수가 아니라 '카카오그룹'이라는 동일 계열에 대부분 국한돼 있어서다. 카카오 라이벌 네이버조차 대조 사례로만 등장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빅테크 플랫폼 업체들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로, 예외가 없다"고 지난 9일 말했다. 이 말이 나오기 이틀 전 국회에선 여당 주최로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제재하기 위한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여당 대표는 토론회에서 골목상권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축사까지 했다.


개당 20원짜리 문자 서비스를 공짜로 만들어 전국민 소통 플랫폼을 차지한 카카오는 자본력을 갖추자마자 민생 전방위에 나서 경쟁자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올 초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성난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전후에 가족 증여를 마친 게 알려지면서 기부선언은 물타기 전략으로 치부됐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일련의 사건을 되짚으면 여당과 정부는 어쩌면 빅테크 전체가 아니라 '카카오그룹'만을 겨냥한 게 아닐까 싶다. 카카오가 가진 빅테크 대표성은 물론이고, 그간 지나치게 사회적 눈치를 보지 않고 달려온 원죄(?)가 있어서다. 이달 초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카카오가 과거 대한민국 70, 80년대 초기 재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똑같은 얘기가 여당에서도 나왔다.

카카오에 대한 견제가 경쟁사에 의해 사주된 것인지, 정치인과 관료들의 자발적 문제의식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통제되지 않은 기업집단이 사회 여러 곳에서 크게 인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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