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사회 실현할 히든카드, '거함' 현대重의 '대양수소 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9.13 05:30
글자크기

['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9>현대중공업그룹①

편집자주 수소 경제 육성 등 국가 미래를 좌우할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하고 있는 머니투데이가 <'탄소 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을 슬로건으로 올해도 다양한 기획 기사와 행사를 선보입니다. 선택을 넘어 생존과 미래를 걸고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과 정부, 공공기관, 지차체들이 그리는 K-그린뉴딜의 청사진을 머니투데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양수소의 꿈'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리고 있는 '육·해상 수소밸류체인 구축'과 '온실가스 저장, 활용사업 상용화'는 말그대로 바다를 통해 운송된 수소를 육상에서 상업화하는, 전례없는 '대양수소' 구상이다.

수소의 대규모 생산 및 운송과 활용,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처리는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많은 영역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수소밸류체인 구축은 물론 활발한 대외 수소사업 협력을 통해 솔루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소드림 2030, 만들고 옮기고 공급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을 추진할 예정인 수소운반선 모형./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을 추진할 예정인 수소운반선 모형./사진=현대중공업그룹


'수소 드림 2030'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수소사업 로드맵이다.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

생산된 수소를 안정적으로 대량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은 수소대중화의 핵심이다.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북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를 유럽 본토로 가져오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호주 등 에너지선진국들이 그린수소를 대량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중인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생산과 운송을 망라하는 수소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친환경 수소 생산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 조선기술을 활용한 먼 바다 해상 수소플랜트, 수소대량운송선박, 수소추진선박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생산은 조선·에너지 계열사가 맡는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토대로 그린수소의 생산을 위해 풍력 에너지를 이용한 1.2GW(기가와트)급 수전해플랜트를 제작한다. 현대일렉트릭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패키지를 개발해 친환경 그린포트를 구축한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수소의 안정적인 운송을 위해 수소운반선,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공급시스템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추진선, 액화수소탱크 등을 개발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기존 화석연료선박들을 수소연료선박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저장된 수소는 수소충전소, 수소 건설장비 등에 활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를 생산해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며,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

국내외 발전사와 함께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수소연료전지 건설장비의 테스트 모델을 완성,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50년 동해가스전 CCS 실증, 탄소저장 상용화 눈앞
수소 사회 실현할 히든카드, '거함' 현대重의 '대양수소 꿈'
그룹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은 국내 수소기업 중 가장 앞서나간다.

실증과 사업화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2025년 동해가스전에 연 40만톤 이산화탄소를 지중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육상에서 포집 및 액화 돼 해상으로 운송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중에 저장하는 구조다. 30년간 무려 12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된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60년까지 매년 20개 이상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상황에 선도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선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와 동해가스전 지중저장 계획 추진을 위한 '한국형 해상용 이산화탄소(CO₂) 주입 플랫폼'을 개발하고 노르웨이 DNV로부터 기본승인(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했다.

3사는 올해 4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사업에 관한 국책과1`제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플랫폼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한국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주입 공정 및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운영 경험을 토대로 주입 및 운영 기준을 제공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오랜기간 쌓아온 현대중공업의 차별화된 해상 플랫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해상용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해양 분야의 탄소중립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장 뿐이랴..탄소제품화도 앞선다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고 있다.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고 있다.
탄소 포집 만큼이나 공들이는게 탄소를 제품화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블루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별도 포집하거나 처리한 수소)와 친환경 건축자재사업을 접목한 CCU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전량을 회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탈황공정 등에 투입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나프타, LPG(액화석유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전량 회수해 제품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국내 최대 액체 탄산 제조업체인 신비오케미컬과 탄소제품화 사업협력을 체결하고 액체 탄산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제조한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DL이앤씨와는 온실가스를 친환경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소재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화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한다.

양사는 2022년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연간 10만 톤의 탄산화제품 생산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최대 60만 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를 연간 50만톤 가량 재활용한다. 탄산화제품 1톤 당 이산화탄소 0.2톤을 포집·활용할 수 있어 연간 12만 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CU 설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생산된 탄산화제품은 시멘트, 콘크리트, 경량 블록 등 건축 자재의 대체 원료로 공급한다. 석고·석회광산에서 석고, 탄산칼슘을 직접 채굴하는 것에 비해 자연 파괴가 적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앞으로도 수소 제조 과정의 이산화탄소를 전량 재활용하는 블루수소 사업 등 다양한 탄소중립 노력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