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업계에서는 공모 희망가 조정(6만3000~9만6000원→6만~9만원)에도 카카오페이를 여전히 남아 있는 IPO 예정 기업 중 유망 대어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카카오그룹 계열사이자 비교 대상이었던 카카오뱅크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등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상장 일정이 미뤄졌음에도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적정 시가총액은 16조6192억원에서 17조7968억원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발간 리포트에서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를 21조9000억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상품 소개는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빅테크의 핵심 수익원이다. 송금과 간편결제를 대표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서비스는 다른 금융사에 수수료를 줘야 하고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도 해야 해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끌어모은 가입자들에게 금융상품을 추천·비교하고 받는 수수료가 주 수익원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시사의 여파가 이날 증시를 덮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 정책 결정이 금융 계열사를 표방한 자회사들의 실적과 성장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이틀새 19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증권신고서가 다시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 나승두 SK연구원은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증권신고서 수정을 한 번쯤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정된 공모가 등이 보수적으로 책정돼 표현 부분에대한 재작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장 일정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카카오페이와 금융당국 간의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 지가 상장 일정에 가장 큰 핵심 요소로 보인다"며 "6월에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통과를 받아서 올해 안에 상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점을 카카오페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하나손보, 악사손보, 캐롯손보 등 6개 손보사와 제휴해 운영하던 자동차보험료 비교 가입 서비스를 금소법 계도기간인 이달 24일 이후 종료하기로 했다. 기존 손보사 6곳과는 배너광고 형태로 제휴를 유지한다. 나아가 카카오페이의 '동전모으기', '알모으기' 등 투자 서비스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은 법인이 아닌 개인만 가능한데,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의 이 서비스도 '투자 상품 중개'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