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라는 가락과 함께 광대처럼 분장한 춤꾼들이 계단에서 내려와 터널로 향한다. 도대체 이 곳이 어딘지 가늠조차 어렵다. 댓글을 보니 한 외국인이 'Parasite'(기생충)라고 흥분한다. 자세히 보니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가족이 빗 속에서 뛰어 내려오던 자하문 터널 계단이다. 누리꾼들은 "기가 막히는 연출"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확히 1년 뒤 유튜브에 충남 서산의 한 갯벌이 떴다. 한국관광홍보 영상이라는데, 명승지나 랜드마크는 보이지 않는다. 호미를 손에 쥔 어르신들이 모는 경운기 수 십대가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만든 '조선힙합' 비트에 맞춰 질주하는 모습 뿐이다. 그런데도 반응은 폭발적. 댓글에서 한 외국인은 "서산을 간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내 여행 1순위가 됐다"고 환호했다.
장례식에 빅뱅노래 틀겠다는 '4차원'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오 팀장은 "공공기관 영상은 점잖기만 한 경향이 있고, 한류 아이돌 등 모델에만 초점을 맞춘 광고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며 "B급처럼 보이지만 외국인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한국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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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팀장은 "유튜브에서만 하루에 400만 시간의 정보가 나오는 만큼 그저그런 영상을 만드는건 의미가 없다"며 "관광을 통한 도시재생 측면의 '로컬브랜딩'과 잠재적 방한 관광객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에 2030 타깃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며 "다행히 (안영배) 사장님은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터치를 안하시더라"고 웃었다. 이 영상들은 결국 2개월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2억뷰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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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공개한 한국관광홍보영상 캡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특히 서울 등 주요 도시와 함께 서산, 순천같은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소개한 것은 오 팀장의 관광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인구가 줄고 출산률도 낮아지니 지방은 외부유입이 없으면 소멸하게 된다"며 "잘 알려진 도시 뿐 아니라 시골이라 여겨지는 서산같은 지역까지 관광을 통해 브랜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표절 논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오 팀장은 "서산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머드맥스 밈(Meme)을 레퍼런스로 활용해 더 발전시켰다"며 "만약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조지 밀러(영화 '매드맥스' 감독)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내년에 선보일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즌3에 대해선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 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진짜 코리아를 알려주자는 차원에서 조선힙합 다음으로 '고려가요'를 생각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과거를 구현하는 등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당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