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부터 '직구'까지 시도…면세점 고군분투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9.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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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위태로운 세계1위 면세점
코로나19 장기화에 전략 수정...온라인 등 판매채널 다각화

편집자주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내외국인의 출입국이 가로막혀 매출은 바닥을 찍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면세굴기로 한국 면세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면세업은 여전히 '귀족산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이자, 대규모 고용을 실현하는 한국 면세업 구하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 7월2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형(인도) 변이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8일까지 2주 연장한 데 이어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3단계로 격상해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2021.7.26/뉴스1   (인천공항=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 7월2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형(인도) 변이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8일까지 2주 연장한 데 이어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3단계로 격상해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2021.7.26/뉴스1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으로 면세점 업계의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 등 파격적인 전략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3168억원으로 전달 대비 2.3%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국내 면세점을 찾는 여행객들이 감소하면서다. 실제 지난 7월 방문객도 45만8818명으로 전월 대비 23%가량 줄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면세 업계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면세점들도 본격적인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명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온라인 개편이나 경쟁 업체와의 협력 등 새로운 전략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는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자사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시트콤을 롯데시네마에서 선공개하는 방식이다. 총 3편으로 구성된 시트콤 시리즈는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브랜딩 캠페인인 'Travel is coming with LDF'의 론칭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떠나야 하는 친구들'이란 제목의 영상에는 방탄소년단의 여행 에피소드를 통해 해외여행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담아냈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을 면세점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지난 6월에는 해외 직소싱 온라인몰인 'LDF BUY(엘디에프바이)'를 론칭해 해외직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롯데면세점 호주법인이 상품 소싱·플랫폼 운영·제품 판매·국내 거주 소비자 대상 직배송 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호주에서 판매하는 유명 건강식품 브랜드 13곳의 200여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공식 홈페이지 개편을 통한 분위기 전환도 꾀하고 있다. 사업소개 페이지에 'New Biz' 항목을 신설해 엘디에프바이와 내수통관 면세품 전용몰인 '럭스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했다. 지난 5월과 7월엔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선글라스 피팅 서비스, VR(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플래그십 스토어 가상 체험 공간, 개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상호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경쟁 관계인 중국면세점과 일명 '적과의 동침'을 시도한 셈이다.


또한, 재고 면세품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재고 면세품 판매 채널인 '신라 트립'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재고 면세품을 지난달 쿠팡에 이어 이달부터 SSF샵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층인 MZ 세대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 판매 채널을 확대한 것으로 재고 면세 상품 구성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폐점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초강수를 두고 있다. 오프라인 면세점 상황이 어려운 만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 주요 고객층인 중국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중국 SNS에 명동 핫플레이스를 안내해주는 '신발견 T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들의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면세점 상황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세 업계에서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경쟁도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이 올해 마감되는데,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임대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면세점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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