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통신] BTS가 먼저 찾는 토종 음원 서비스…비결은?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9.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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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혁신을 이끄는 '네카라쿠배' 등 IT기업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취업 꿀팁부터 서비스 출시에 얽힌 뒷얘기를 솔직·담백하게 전합니다.

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음원은 멜론·지니뮤직·스포티파이 어디서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차별화가 힘든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 플랫폼이 내세웠던 무손실 음원이나 맞춤형 추천 기능도 국내에서 대중화된 지 오래다. 이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멜론 스테이션'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여 성공한 대표사례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멜론 스테이션은 1년 만에 누적재생수가 4000만회를 돌파했다. 1년간 20개 프로그램이 총 650회 방송을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한 회당 6만명 이상이 들은 셈이다. 청취자도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어 국내 유명인이 먼저 출연을 제안하는 서비스가 됐다.



멜론 스테이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현재는 팟캐스트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변주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멜론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하면서 기존 페이지·M컴퍼니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해 비슷비슷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오픈 이노베이션'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멜론 스테이션을 총괄하는 유경철 음악사업개발팀 이사(40)를 만나 멜론의 콘텐츠 전략과 계획을 물었다. 유 이사는 LG전자 영국법인,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제휴업무를 하다 지난 2019년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에 입사했다.



듣기만 하는 팟캐스트는 가라…동영상·매거진·플레이리스트 한번에
멜론 세번째 탭에 있는 멜론 스테이션은 각 프로그램 채널에서 DJ에게 댓글을 남기거나 사진·매거진·동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사진=멜론 캡처 멜론 세번째 탭에 있는 멜론 스테이션은 각 프로그램 채널에서 DJ에게 댓글을 남기거나 사진·매거진·동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사진=멜론 캡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드문데, 멜론 스테이션 기획 배경은?

▶최근엔 단순히 음악만 듣기보단 관련 영상을 보거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 중요성도 커졌다. 멜론은 기존에도 '스타DJ'·'비하인드 더 씬' 등 독점 콘텐츠를 만들어왔지만,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변화와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멜론 스테이션을 기획하게 됐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DJ 멘트와 노래로 이뤄져 팟캐스트와 비슷한데, 차이점은?


▶라디오나 팟캐스트에선 저작권 문제로 노래를 다시 듣기 어렵지만, 멜론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보니 멜론 스테이션에서 소개된 음악은 곧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들을 수 있다. DJ도 방송에서 음악을 트는데 제한이 없다. 아티스트가 추천한 노래를 별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거나, 뮤직비디오나 매거진 등 관련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실제 BTS 멤버 정국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는 50만이 넘는 재생수를 기록했다.)

-원하는 노래를 듣기 위한 '목적형'보다 내 취향을 찾으려는 '발견형' 음악 소비가 더 많은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기 위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알고리즘이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노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음악을 추천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R&B·인디·클래식·트로트·동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가수·번역가·심리학자·운동선수 등 다채로운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다.

돌아온 '오디오 시대'…멜론 스테이션 들으러 멜론 구독한다
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
-멜론 스테이션이 멜론 이용자 록인(lock-in)에 도움이 되나?

▶기존 회원의 록인효과도 있지만, 신규회원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비회원도 DJ 멘트와 음원 일부를 들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멜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방송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아티스트가 멜론 스테이션을 진행한 후 비회원 이용률이 확 오른 사례도 있다.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의미있는 숫자의 비회원이 멜론 스테이션을 듣기 위해 멜론을 다운받거나 신규가입한다.

-'동영상의 시대'인데, 오디오 콘텐츠를 듣는 사람이 많나?

▶스마트폰이 나오고 유튜브가 뜨면서 동영상의 시대가 온 것처럼, 최근엔 스마트스피커와 프리미엄 무선이어폰의 대중화로 전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다. 멜론 스테이션도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다.

오디오여서 할 수 있는 시도도 있다. '팝캐스트'는 애드시런 등 유명 팝가수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인데, 동영상처럼 자막을 달 수 없으니 한국 성우가 더빙을 하는 특이한 선택을 했다. 현재 원어와 더빙버전 2개를 동시에 제공한다. 더빙에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들지만, 예전 라디오 드라마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층들은 재밌어 한다.

-아티스트들에게도 인기인가?

▶지난 1년간 멜론 스테이션이 아티스트의 홍보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역으로 출연 제안이 온다. 'SMing'·'빅히트 뮤직 레코드'는 SM엔터테인먼트와 빅히트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중 레이블이 직접 방송을 하는 건 최초일거다. 샤넬과 팟캐스트를 만드는 등 멜론 스테이션과 제휴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공습?…"카카오엔터 합병 시너지로 1위 지킬 것"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공세가 거세다. 멜론만의 무기가 있다면?
▶멜론은 2004년부터 쌓은 데이터가 강점이다. 최근엔 웹예능 '문명특급'과 제휴해 '컴듣명' 코너에서 멜론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A라는 역주행 곡이 처음 발매됐을 때 팬들이 단 댓글도 멜론엔 남아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샤이니의 '뷰'(view) 노래가 배경음으로 깔린 후 스트리밍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17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세정보가 멜론의 큰 자산이다.

-최근 카카오엔터와 합병했는데, 시너지 날까?
▶카카오엔터의 제작 인프라와 IP(지식재산권)를 멜론 스테이션에 녹이는 시도를 많이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웹툰 IP를 이용한 오디오 소설을 만들거나, 미디어부문과 협업해 동영상 제작 스케일을 키울 수 있다. 최근엔 카카오의 음성 SNS 서비스 '음'과 연계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공동체의 여러 서비스와 멜론 스테이션을 연결할 예정이다. 또 올해 멜론의 동영상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제휴업무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제가 이끄는 음악사업개발팀은 다른 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곳이다. 멜론 스테이션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방송을 하려면 출연 아티스트의 스케줄도 줄줄이 꿰야 한다. 서비스 기획자가 이용자를 잘 알아야 한다면 콘텐츠 기획자는 여기에 플랫폼과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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