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
'멜론 스테이션'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여 성공한 대표사례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멜론 스테이션은 1년 만에 누적재생수가 4000만회를 돌파했다. 1년간 20개 프로그램이 총 650회 방송을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한 회당 6만명 이상이 들은 셈이다. 청취자도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어 국내 유명인이 먼저 출연을 제안하는 서비스가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멜론 스테이션을 총괄하는 유경철 음악사업개발팀 이사(40)를 만나 멜론의 콘텐츠 전략과 계획을 물었다. 유 이사는 LG전자 영국법인,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제휴업무를 하다 지난 2019년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에 입사했다.
멜론 세번째 탭에 있는 멜론 스테이션은 각 프로그램 채널에서 DJ에게 댓글을 남기거나 사진·매거진·동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사진=멜론 캡처
▶최근엔 단순히 음악만 듣기보단 관련 영상을 보거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 중요성도 커졌다. 멜론은 기존에도 '스타DJ'·'비하인드 더 씬' 등 독점 콘텐츠를 만들어왔지만,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변화와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멜론 스테이션을 기획하게 됐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DJ 멘트와 노래로 이뤄져 팟캐스트와 비슷한데,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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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나 팟캐스트에선 저작권 문제로 노래를 다시 듣기 어렵지만, 멜론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보니 멜론 스테이션에서 소개된 음악은 곧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들을 수 있다. DJ도 방송에서 음악을 트는데 제한이 없다. 아티스트가 추천한 노래를 별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거나, 뮤직비디오나 매거진 등 관련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실제 BTS 멤버 정국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는 50만이 넘는 재생수를 기록했다.)
-원하는 노래를 듣기 위한 '목적형'보다 내 취향을 찾으려는 '발견형' 음악 소비가 더 많은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기 위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알고리즘이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노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음악을 추천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R&B·인디·클래식·트로트·동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가수·번역가·심리학자·운동선수 등 다채로운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다.
돌아온 '오디오 시대'…멜론 스테이션 들으러 멜론 구독한다
유경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윤지혜 기자
▶기존 회원의 록인효과도 있지만, 신규회원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비회원도 DJ 멘트와 음원 일부를 들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멜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방송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아티스트가 멜론 스테이션을 진행한 후 비회원 이용률이 확 오른 사례도 있다.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의미있는 숫자의 비회원이 멜론 스테이션을 듣기 위해 멜론을 다운받거나 신규가입한다.
-'동영상의 시대'인데, 오디오 콘텐츠를 듣는 사람이 많나?
▶스마트폰이 나오고 유튜브가 뜨면서 동영상의 시대가 온 것처럼, 최근엔 스마트스피커와 프리미엄 무선이어폰의 대중화로 전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다. 멜론 스테이션도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다.
오디오여서 할 수 있는 시도도 있다. '팝캐스트'는 애드시런 등 유명 팝가수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인데, 동영상처럼 자막을 달 수 없으니 한국 성우가 더빙을 하는 특이한 선택을 했다. 현재 원어와 더빙버전 2개를 동시에 제공한다. 더빙에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들지만, 예전 라디오 드라마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층들은 재밌어 한다.
-아티스트들에게도 인기인가?
▶지난 1년간 멜론 스테이션이 아티스트의 홍보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역으로 출연 제안이 온다. 'SMing'·'빅히트 뮤직 레코드'는 SM엔터테인먼트와 빅히트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중 레이블이 직접 방송을 하는 건 최초일거다. 샤넬과 팟캐스트를 만드는 등 멜론 스테이션과 제휴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공습?…"카카오엔터 합병 시너지로 1위 지킬 것"-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공세가 거세다. 멜론만의 무기가 있다면?
▶멜론은 2004년부터 쌓은 데이터가 강점이다. 최근엔 웹예능 '문명특급'과 제휴해 '컴듣명' 코너에서 멜론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A라는 역주행 곡이 처음 발매됐을 때 팬들이 단 댓글도 멜론엔 남아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샤이니의 '뷰'(view) 노래가 배경음으로 깔린 후 스트리밍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17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세정보가 멜론의 큰 자산이다.
-최근 카카오엔터와 합병했는데, 시너지 날까?
▶카카오엔터의 제작 인프라와 IP(지식재산권)를 멜론 스테이션에 녹이는 시도를 많이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웹툰 IP를 이용한 오디오 소설을 만들거나, 미디어부문과 협업해 동영상 제작 스케일을 키울 수 있다. 최근엔 카카오의 음성 SNS 서비스 '음'과 연계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공동체의 여러 서비스와 멜론 스테이션을 연결할 예정이다. 또 올해 멜론의 동영상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제휴업무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제가 이끄는 음악사업개발팀은 다른 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곳이다. 멜론 스테이션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방송을 하려면 출연 아티스트의 스케줄도 줄줄이 꿰야 한다. 서비스 기획자가 이용자를 잘 알아야 한다면 콘텐츠 기획자는 여기에 플랫폼과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