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는 먹는 약인데...정부, 도입 계약은 '지지부진'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9.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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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96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마스크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1.7.28/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96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마스크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1.7.28/뉴스1


정부가 코로나19(COVID-19)의 경구용(먹는) 치료제 도입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효과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미국, 캐나다 등이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치료제가 방역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고 있다.

9일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코로나19(COVID-19) 정례브리핑에서 경구용 치료제 도입과 관련해 "경구용 치료제가 당장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경구용 치료제 긴급 도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효과나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리스크를 상쇄할 경우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 구입 예산으로 362억원을 편성한 후 도입 선구매 계약을 추진중이나,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계약 상대방 제약사, 수량, 도입시기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재 가장 빠른 단계인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를 공격적으로 경구용 치료제에 손을 대고 있다. 머크 외에도 화이자, 로슈 등이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앞서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는 지난달 몰누피라비르의 잠정 승인을 결정했다. 미국은 지난 6월 이 약 12억달러(1조3000억원)분을 선구매했다. 캐나다 보건부는 이 약의 승인 심사 서류 일부를 제출받아 검토를 시작했다. MSD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구용 치료제가 중요한 이유는 이 치료제를 확보하면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효과가 확실한 약을 처방하게 되면 환자는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집에서 머물면서 정해진 기간동안 약을 복용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환자 관리에 대한 의료 체계 부담이 줄어든다. 앞서 독감도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개발된 후 유행 차단에 가속이 붙었다.


환자가 처방을 받은 후 집에서 약을 챙겨멱으면 되기 때문에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를 위한 시설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제때 복용하면 중증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 수도 줄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감염병 팬데믹으로 패닉에 빠진 사회 전체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구용 치료제를 '게임 체인저'로 여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는 '게임 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이 치료제가 나와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고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만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다"며 "그래서 미국이 개발 전부터 경구용 치료제를 선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상용화 초기에는 품귀 현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속도를 내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제약사들이 아직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 아니라,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온다면 품귀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재 세 회사에서 개발중이기 때문에 셋 중 하나 이상이 허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계약금은 떼인다 생각하더라도 미리 경구용 치료제를 잡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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