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0원이요. 사실 몇 달째 0원인데…"
코로나19(COVID-19)가 휩쓸고 간 면세점은 고요했다. 백화점 명품관 오픈런이 우스울 정도로 매일 수만명이 군집하던 시내면세점이었지만 현재는 오지 않는 고객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인천공항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공항면세점 매출 1위 대기록을 세웠던 인천공항 면세점은 이제 각 매장에 하루 찾는 고객을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롯데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코로나 전 각 시내면세점에는 하루 1만명의 고객이 찾아왔었다. 각 매장당 20~30분의 대기가 발생할 정도였다. 한때 '매장 내에서 뛰지 말아달라' '줄 서달라'는 안내 직원을 따로 뒀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다. 매일 1000명 내외의 고객들만이 각 시내면세점을 찾는다.
따이공들은 중국에 다시 되팔 수 있는 특정 브랜드, 특정 상품만을 타깃 쇼핑하기 때문에 아침 오픈시간에만 방문하고 이후는 쭉 한산하다. A씨는 "우리 브랜드는 명품 브랜드라서 오전에 그나마 몇 명 고객이 찾는 상황"이라면서 "인지도 낮은 영세 브랜드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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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동안 영세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시내면세점을 찾은 동남아시아 관광객 등에게 향을 맡아보게 하고, 핸드크림을 손에 발라주며 '한국' 브랜드를 앞세워 판매해왔는데, 이들이 방문하지 않으니 매출이 발생할 턱이 없다. B씨는 "월매출 0원도 빈번히 나온다"며 "사실 두 세달 월매출 0원도 기록해봤다"고 설명했다.
오지 않는 고객을 기다리는 일에도 적응을 마쳤다. 한 면세점 화장품 판매 관계자 C씨는 "재고관리를 조금한 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다"며 "그나마 옆 매장에 직원이 있으면 함께 떠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멍하니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3 /사진=임찬영 기자
이러한 현상은 입국 심사를 밟고 들어가 마주한 면세 구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항에 길게 늘어선 면세 구역은 공항의 대표적인 장소이자 면세를 받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해외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장소지만 이날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동객들로 통로가 가득해 시끌벅적했던 곳이, 지금은 '텅 빈' 공간마냥 조용했다.
현장에서 만난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만 해도 방문객이 10만여명에 달했을 정도로 해외 여행객이 많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3000명대까지 방문객이 감소했다"며 "중국인 유학생들의 영향으로 최근 4000명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미국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되면 이마저도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객으로 가득했던 면세품인도장에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다. 2021.08.23 /사진= 임찬영 기자
특히 지난 2월 문을 닫은 롯데·신라 등 면세점 업체들이 자리잡았던 구역을 지날 때는 적막감이 더 컸다. 면세점은 기업마다 특정 사업권을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수십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남아있는 신세계·현대 면세점이 고용 안정을 위해 일부 매장을 대신 맡아 임시 운영하고 있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17년 동안 면세점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150~200명이 넘는 손님이 방문했는데 이제는 10명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줄고 매출도 거의 60~70% 이상 줄어들었다"며 "무착륙 비행도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았는데 점차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