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다시 빨간불…'中 공동부유'에 아모레 이틀간 15%↓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9.09 16:19
글자크기

아모레퍼시픽 이틀간 14.5% 내려...中 공동부유정책·실적 둔화 우려

K-뷰티 다시 빨간불…'中 공동부유'에 아모레 이틀간 15%↓


코로나 쇼크에서 회복 중이던 K-뷰티 산업이 중국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갑작스런 중국발 악재가 '제2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K-뷰티기업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은 전일대비 1만2000원(5.83%) 하락한 19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 9.25% 하락한데 이어 이틀째 급락한 것이다.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도 2.41% 내렸고 코스맥스 (135,000원 ▲2,300 +1.73%), 한국콜마 (48,450원 ▲150 +0.31%)도 각각 2.69%, 2.70%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국발 악재 또…中 공동부유 정책, 제2의 한한령 우려
K-뷰티 기업 주가 급락의 주요 원인은 바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 정책'이다. 지난 8월17일 중국의 중앙재정경제위원회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세제개혁 및 기부조치 등을 발표하며 구체화된 공동부유정책은 '함께 잘 살자'는 뜻으로, 시 주석의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집권한 1978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며 '선부론(先富論)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돼라'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제는 '성장'이 아닌 '분배'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정책 선회의 파장은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라는 새 목표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 텐센트가 9조원의 거금을 공동부유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텐센트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 메이퇀 등 중국의 6대 IT(정보기술)기업이 총 28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패션·뷰티 시장으로 꼽히던 중국 경제를 '공동부유정책'이 강타하면서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에르메스, 케링(구찌) 그룹 등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명품기업 주가가 단박에 30% 급락했다. 또 중국 정부는 중국은 물론 한국 연예인과 콘텐츠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를 시작했다. K-뷰티 산업의 기반이 되는 K-한류와 온라인 플랫폼에 정부 규제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불거진 '사회주의 리스크'…K-뷰티 장단기 영향 얼마나
중국 공동부유 정책 발표로 즉각적인 타격을 입은 글로벌 명품기업과 달리 K-뷰티 기업은 한 템포 늦게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 규제가 티몰 등 온라인 채널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뷰티기업에 영향을 줄 거란 인식이 확산되자 주식시장에서 화장품주에 대한 투심이 붕괴됐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한국 연예인 및 콘텐츠 규제로 인해 화장품 업체들이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 이미 겪은 이슈이며 한류 열풍과 국내 화장품 판매 사이의 상관관계는 과거와 달리 높지 않다"며 "중국 플랫폼 규제로 인해 광군제 등 온라인 쇼핑 행사 때 마케팅 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방향성을 유효하기 때문에 가장 큰 소비행사인 광군제에 대한 규제는 과도하다"고 우려에 선을 그었다.


K-뷰티 다시 빨간불…'中 공동부유'에 아모레 이틀간 15%↓
하지만 2016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당시도 예상보다 그 파급력이 컸던 것을 고려하면 잠재적인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한류 열풍이 최고조였던 2016년 중국에서 K-뷰티 기업은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았고 그 여파가 3년 넘게 계속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공동부유 정책은 시진핑 정권의 명운과 장기집권을 좌우할 정책이기에 중국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일은 다시 한 번 중국 경제가 사회주의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며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할 때는 '사회주의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내우외환…3분기 국내 코로나 델타변이발 침체
K-뷰티 성장의 발판인 중국 경제가 공동부유정책의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코로나19(COVID-19) 델타변이 확산으로 3분기 뷰티업황 침체가 짙어지고 있다. 주요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과 가두점, 방문판매 채널이 모두 경색되면서 중국 매출 둔화와 더불어3분기 국내 매출·이익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거란 예상이 우세해졌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국내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중국발 소비둔화와 경쟁심화 우려가 겹치고 있다"며 "LG생활건강도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중국 로컬에서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