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가성비' 내건 中 클라우드 기업, 국내 진출 속내는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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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사진=머니투데이 DB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개화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계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AWS와 MS에 비해 저렴한 이용료를 내걸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 등을 우선 공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 규제와 데이터 안보 등으로 시장 확대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클라우드 자회사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날 아시아 테크 스타트업데이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자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최대 2만달러(2300만원) 상당의 크레딧(사용권)을 연간 매출 5억7900만원이 넘지 않는 규모 기업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스타트업 지원방안도 내놨다. 게임 스타트업에는 6개월 간 무료로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과 아시아 사업 확장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시장에 깊숙히 침투해 있다. 텐센트는 2017년에는 서울 리전(데이터센터)를 구축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중엔 최초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한국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다. 특히 텐센트는 국내에선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를 적극 공략 중이다. 넥슨과 넷마블 등 국내 20여개 게임사가 텐센트 클라우드를 이용중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와 MS,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공세를 강화하며 네이버, KT, NHN 등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9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해외 IT기업의 점유율이 51.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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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한국시장...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는 '발목'
중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태 시장은 미중 무역갈등 여파가 살짝 비껴가는 곳이면서도 중국계 기업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실제로 아태 지역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독보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해 아태지역의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알리바바는 AWS(40.8%)와 MS(19.7%)에 이어 3위(9.5%)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아태지역 시장 중에서도 핵심 거점에 해당한다. 클라우드 전문가인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한국은 물리적 영토는 작지만 IT 서비스 중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인프라는 잘 갖춰졌다"며 "최근 커지는 글로벌 서비스의 시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관계자도 "한국은 우리에게 전략적인 시장"이라며 "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함에 따라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전망도 밝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매년 평균 14%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엔 3조7238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저렴한 이용료와 중국 진출 용이성을 내걸고 국내 업체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에 반드시 자국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은 서비스 품질은 AWS 등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며 "중국 진출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부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가 국내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목표한 대상도 스타트업과 게임 업계다.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데이터 주권 강화 정책으로 한국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중국 데이터 보안법은 안보를 이유로 외국계 기업 데이터도 당국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도 주요 앱 개발사 등에 안보를 이유로 중국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 규제와 데이터 보안 리스크를 이유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계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데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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