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이오산업의 인프라 구축

머니투데이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2021.09.1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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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대한민국 IT(정보기술)산업의 성과는 20년여년 전 초고속통신망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IT뿐 아니라 게임산업, 유통산업에서도 인프라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서도 인프라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인적 인프라는 일단 논외로 하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1977개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이 있다고 하며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바이오기업 창업이 뒤따랐으니 지금은 2000개 훨씬 넘는 바이오기업이 활동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도 창업을 독려하고 한편으론 다양한 벤처펀드가 결성돼 창업 벤처투자는 매달 기록을 경신한다. 대학이나 병원, 판교나 송도, 대전에서 많은 기업이 창업하고 ,일부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고, 일부는 민간건물에서 사무실과 연구실을 임대해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했다고, 경영진이 구성되고 직원을 고용하고 투자까지 유치했다고 해서 그 바이오기업의 미래는 보장된 것인가. 예를 들어 신약개발 초기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실험실에서 생산한 후보물질로 간단한 인비트로(in-vitro)시험과 약효시험을 진행하지만 시간이 진행함에 따라 독성시험과 제형시험, 임상시험에 필요한 물질의 생산이 필요하다. 투자받은 돈이 있어도 물질이 생산돼야 독성시험도 할 수 있고 임상시험도 가능하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는 송도는 전세계 최대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확보했다 하고 여러 지자체가 생산을 지원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없이 생겨난 초·중기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전세계 최대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규모 후보물질 생산을 위한 위탁기관을 제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국외에서라도 적당한 기관을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신약개발 전략과 작용기전, 글로벌 진출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간에 "어디에서 생산해야 하지, 직접 시설을 구축해야 하나"라는 질문과 회의만을 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만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자 하고 바이오기업이 창업되는 게 아니라 전세계가 바이오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기업들이 적절한 위탁생산시설을 찾지 못해 확률에 의존해 리스크를 걸고 자체적으로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

얼마 전 인천 송도가 'K바이오랩허브'로 결정됐는데 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분들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한다. 아울러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소규모 CMO(바이오 위탁생산) 기능이 활성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인천 송도만의 힘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령 중복투자로 보이더라도 타 지자체나 기관도 이 점을 고민하며 대안이 있기를 기대한다. 기존 GMP 시설을 보유한 민간기업들도 각자가 구축한 생산시설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생산분야의 오픈이노베이션 확대를 요청한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우정바이오(대표 천병년)는 독자적으로 '우신클'이라는 민간 랩센트럴을 구축하고 있다. 상생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바이오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적 지원을 하는 정부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설현황을 파악하고 안내하며 연결까지를 기대하면 과한 요청일까. 힘들더라도 한 발짝 더 뛸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오늘은 생산시설에 한정해 얘기했지만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공간의 확대, 약효시험이나 독성시험을 위한 CRO(바이오의약품수탁연구)나 CDO(바이오의약품 수탁개발)도 이런 고민은 존재하고 앞으로 적극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인프라가 있어야 장기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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