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입법]비즈니스의 가장 큰 위협은? 입법!

머니투데이 서인석 전 보좌관 2021.09.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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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편집자주 25년 국회 경력을 가진 서인석 전 보좌관의 연재 기고 '필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입법'(필살입법)을 시작합니다. 서 전 보좌관은 입법활동 전반에 대한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며 행정사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 전 보좌관이 입법 노하우의 정수만 뽑아 총 10회에 걸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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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하는데 왜 입법을 알아야 할까? 평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조차 '입법을 알아야 잘 살 수 있다'는 취지 아래 기고를 시작한다. 여기서 '잘 살 수 있다'는 건 당장 규제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고 동시에 기존 이익을 보호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이해(利害) 관철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영위기를 불러오는 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불황이나 임금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에 따라서는 노동자 파업이나 인력난 또는 임대료나 세금 인상을 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위험이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입법'이라고 얘기하겠다. 국회의 입법활동에 따라 어제까지 멀쩡하게 운영하던 사업을 오늘 갑자기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2020년 3월 국회는 일명 '타다 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며칠 전만 해도 법원은 '타다' 운행이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치러질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오로지 택시 기사들 표를 얻기 위해 없던 조항을 새롭게 만들어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타다'는 국회 입법으로 인해 얼마든지 멀쩡하던 사업을 접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입법이 단순히 기업 문을 닫게 만드는 '한 가지 힘'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입법은 당장 개별 기업 주가(株價)에 큰 영향을 미쳐 수익 증대를 낳기도 한다. 새로운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입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시장을 뺐을 수도 있고, 반대로 기존 시장에 장벽을 높게 쌓아 경쟁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자신만 혼자 살아남는 것도 가능하다. 때에 따라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입법을 통하면 특정 직업군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입법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건 물론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응당 배우고 알아야 하며 늘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이 입법, 그리고 관련한 국회의 입법과정을 모른다는 건 마치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입법마인드'와 '비즈니스'는 불가분의 관계
국회의 권능이 점차 강화되면서 이제 국회는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의 경제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도 많다. 이는 곧 국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때론 대응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수동적 대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견된 문제점에 단순 대응하기보다 이제는 스스로 기존 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새로운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입법적 역량이 필요하다. '입법 마인드'와 '비즈니스'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입법의 효능과 활용, 즉 입법을 통한 기업의 적극적인 이해관철 또는 이와 관련한 능동적 대응을 '입법적 리더십'(Legislative Leadership)이라고 통칭하겠다. 입법적 리더십은 오랜 국회 업무 경험을 토대로 크게 9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입법적 리더십'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의 것을 빌려왔지만 콜린스는 이를 형태별로 구분 짓지는 않았다.

9가지 형태는 첫째, 입법을 통한 새로운 시장(市場) 창출이다. 이는 입법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걸 의미한다.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법률이 만들어짐으로써 없던 판로가 열리고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둘째, 입법을 통한 기존 시장 보호다. 이는 법적 미비(未備)로 자신의 기존 이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던 것을 입법을 통해 확실히 지켜 내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을 더 공고히 하는 걸 의미한다.

셋째, 입법을 통한 타인 시장 뺏기다. 이는 입법을 통해 남들이 갖고 있던 시장이나 기득권 또는 이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걸 의미한다. 이것은 내 입장에서는 뺏어오는 것이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자기 것을 뺏기는 걸 뜻한다. 여기에는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간과(看過), 즉 입법동향을 파악하는데 소홀히 한 것과 함께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몰라 효과적으로 응수하지 못한 것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숨어있다.

넷째, 입법을 통한 살아남기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이나 시장 또는 권한이나 기득권을 뺏으려고 할 때 입법을 통해 그 같은 시도를 무산 내지 무력화시키는 걸 의미한다.

다섯째, 입법을 통한 뺏긴 것 되찾기다. 어떤 이유로든 타인이나 다른 조직에게 뺏긴 내 권한이나 기존 이익을 뒤늦게나마 입법을 통해 되찾아오는 걸 의미한다.

여섯째, 입법을 통한 국가 예산 확보다. 사업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걸 뜻한다.

일곱째, 입법을 통한 규제완화 또는 제도개선이다. 정부가 수립한 원칙이나 행하는 일처리 방식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편으로 입법 혹은 국회를 활용하는 걸 의미한다.

여덟째, 입법을 통한 숙원사업 해결이다. 특정단체가 갖고 있는 숙원사업을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걸 말한다.

아홉째, 우회적인 입법적 리더십이다. 국회를 통해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꾸는 걸 의미한다.

9가지 형태가 각각 어떤 의미를 갖고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시리즈 기고를 진행하면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입법적 리더십의 9가지 형태를 익힌다면 누구든 혹은 어떤 비즈니스든 상관없이 입법을 통한 기존 이익 보호와 함께 나아가 새로운 이해 관철이라는 전일적인 문제해결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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