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돈 들어올 때 노 젓는 은행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9.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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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다시 두둑해질까/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예·적금, 다시 두둑해질까/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정기예·적금 특판을 속속 내놨다. 제로금리 터널을 막 빠져나온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고객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다. 연간 실적 방어를 위해 순이자마진(NIM), 예대율을 관리하려는 이유도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일제히 수신상품 금리를 올린 데 이어 고금리 특판을 출시하느라 분주하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인 점을 감안해 수신상품 금리를 0.05~0.4%포인트 선에서 상향했지만 이 정도 인상폭으로 '금리 갈증'이 풀리지 않자 새로운 상품과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만 29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연 5.5%의 특별금리를 주는 이벤트에 들어갔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지 않은 만 29세 이하(1991년 이후 출생) 고객이 '신한 마이홈 적금'에 새로 가입하면 최고 연 2.2% 이자에 우대금리 연 3.3%를 추가로 얹어준다.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4만좌 한정 판매를 진행한다. 원래 '신한 마이홈 적금'은 기본 금리가 연 1.2%인 상품인데 특별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연 5.5%로 훌쩍 뛴다.

SC제일은행은 첫 거래 고객에게 최고 연 1.4%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을 9월 한달 간 실시한다. 입출금식 예금에 30만원 이상 돈을 넣은 고객이 1년 짜리 '퍼스트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 금액으로 가입하면 연 1.4%의 금리를, 1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가입할 경우 연 1.35%의 금리를 준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년간 돈을 맡길 경우 금리가 0.85%선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BNK경남은행은 한가위 맞이 정기예금 특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한도는 3000억원으로 정했다. 가입금액 등으로 정한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6개월 상품의 경우 최고 연 1.15%의 금리를, 12개월 상품은 최고 연 1.4%의 금리를 받는다.

연말연초에도 잠잠했던 특판 소식이 최근 속속 들리는 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에 적기인 셈이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 초반에 고객을 확보하려 한다.

연말을 앞두고 각종 경영지표를 방어하려는 차원도 있다.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하기 위해선 예금 잔액이 두둑해야 한다. 그동안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NIM 방어에 큰 역할을 했는데 요구불예금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정기예금 잔액도 증가세로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외면받았는데 감소한 정기예금, 정기적금 잔액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이 전월과 비교해 1.27% 늘었다.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0.53% 줄어든 규모여서 완전한 회복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금의 경우 지난달 감소폭은 전월대비 0.22%, 지난해 말 대비 14.61%로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예대율 관리도 하나의 당면 과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상반기 기준 예대율 평균은 99.1%로 100%에 가깝다. 100%를 넘긴 은행도 있다.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을 가리키는 예대율은 100%를 넘기면 대출이 예금보다 많다는 뜻이어서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COVID-19) 금융지원 조치로 예대율을 105%까지 허용한 조치가 올해 말에 끝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지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기에 수신 잔액을 늘려둘 필요는 있다"며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썰물처럼 빠졌던 예금이 일정 부분 다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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