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금융규제 불구 성장 지속" vs "기존 금융지주가 유리"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1.09.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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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빅테크 기업의 금융상품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가시화된 가운데 카카오 (48,100원 ▲600 +1.26%), NAVER (183,700원 ▲3,600 +2.00%)(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연일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로 인한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빅테크 업체들의 매출·이익 성장세가 이번 규제로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오전 10시5분 현재 카카오는 전일 대비 5.42% 내린 13만1000원에, 네이버는 2.56% 내린 39만9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전일 이번 규제를 이유로 10% 이상 주가가 빠졌던 카카오는 이날 하루 공매도 거래가 제한됐다.

전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6배 이상 늘고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도 주가가 빠지고 있지만 낙폭이 0.11~0.45%에 불과해 약보합권 수준이다. 이들 금융지주 주가가 전일에는 강세 또는 강보합권이었다는 점만 봐도 카카오, 네이버와 주가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카카오, 네이버 등의 약세는 전일 금융당국의 시정권고 때문이었다. 판매 목적으로 금융상품 정보가 제공된다면 이는 단순 광고가 아닌 '금융상품 중개'로 봐야 하고 관련 라이선스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개의 판단 기준은 △상품 제공자로부터 수수료 수취 등 판매목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소비자가 플랫폼을 금융상품 제조사로 오인할 소지가 있는 경우 △자동차 보험, 신용대출 등 구조가 단순해 판매망 의존도가 높은 경우 등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달 24일 시행이 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의 공동 추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의 공동 추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규제는 지난해 사모펀드 상품 사고로 인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빅테크의 강점인 금융상품 가입 절차의 간편함과 중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책임소재 모호성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소법 이후 단순 예금가입도 절차가 복잡해진 반면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은 기존의 간편한 상태가 유지되는 상태가 지속돼 왔던 게 대표적 예로 꼽혔다.

다만 빅테트 기업의 성장성이 이번 규제로 꺾일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김수현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자체적으로 은행.증권.손해보험 라이선스를 모두 갖추고 있어 규제 강화 구간에서, 그리고 금융권 저항 방어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그룹 내) 에코시스템을 통해 계열사간 유기적 협력과 대응이 예상된다"고 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른 충격이 충분히 상쇄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 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 레버리지 강화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며 "자유시장 경제의 훼손, 개인·기업의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혁신과 성장 인센티브를 억제할 위험과 소비자 네트워크 효과도 저해할 수 있기에 쉽지 않은 이슈"라고 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수퍼앱(Super App)으로 성장하고 있어 외부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디지털세, 개인정보 활용금지, 인수합병 제한, 부당행위 과징금, 구조적 분할 등으로 구체화돼 논의되고 있으나 알파벳,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가는 연초 대비 30~60% 상승하며 IT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에 따른 재평가는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규제가 가시화된다고 하더라도 "카카오페이는 UI(유저인터페이스) 개선 및 자회사들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서비스 적용을 준비하고 있고 펀드판매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대출 중개는 혁신금융 서비스(샌드박스 적용)로, 보험 판매는 자회사 KP보험서비스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며 "네이버의 경우 미래에셋금융그룹을 통해 소상공인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상대적 영향은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면 이번 조치가 단지 규제 하나가 신설된 게 아니라 당국의 스탠스 변화를 알리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면 직접 판매업자, 판매대리 중개업자, 자문업자로 금융위원회 등록(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승인 받은 금융업자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6대 판매행위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위반시 임원 해임, 직원 면직이 가능한 데다 최대 판매액의 5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했다.

서 연구원은 "금소법이 금융실명제에 이어 역대 가장 개혁적 법안인 이유는 금융체계를 '소비자 편익 중심'에서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다 기존 준칙주의 방식에서 원칙주의 개념으로 영업행위 자체를 규제했다는 점 때문"이라며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의 책임을 원천적으로 금융사에 뒀다는 점, 규정위반시 처벌조항이 어떤 금융관련 법규보다 강하다는 점도 있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페이가 금융상품 판매를 중단한다는 뉴스는 표면적으로 중요하지 않지만 소비자 편익 중심 정책의 최대 수혜자였던 플랫폼 회사,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시사한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크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가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바뀐다면 기존 대형 은행의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이기에 기존 대형 금융지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견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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