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낙태 논쟁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선택적 낙태를 허용한 아르헨티나. /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낙태 논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이 두터운 텍사스주가 이달 들어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가운데, 멕시코 대법원은 7일(현지시간) 낙태죄 처벌이 위헌이라고 만장일치 판결해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낙태는 단순히 태아 생명윤리뿐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정치권의 단골 쟁점이자 의료·종교 등 각계 관심이 쏠리는 '뜨거운 감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의 낙태 관련 법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낙태 이슈를 대하고 있을까.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리자 낙태권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하지만 지금까지도 관련 법안은 정비되지 않았다. 대법원이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와 관련한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진전된 것이 없다.
대체 입법이 늦어지면서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대한신생아학회는 22주 된 태아도 살릴 수 있다며 22주 미만으로 낙태 기준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임신 11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한국형 심장박동법도 발의됐다.
낙태 관련 해석이나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진다. 10~24주 등 산부인과마다 낙태 시술 제한 기간이나 비용이 다르다.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아예 낙태 시술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 낙태죄가 사라졌다고 낙태권이 보장되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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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모자보건법'에 따라 임신 24주 이내 태아에 신체·정신·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강간·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일 경우에만 중절 수술을 허용한다. 만약 여성이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日 사실상 낙태 인정, 中 폭넓게 허용
전 세계적으로 낙태 논쟁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찬반론자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최근 '공동부유'를 앞세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규제 드라이브를 건 중국에서 낙태만큼은 쉬운 편이다. 그동안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온 만큼 낙태를 폭넓게 허용한다. '부녀자권익보장법'에서 자녀를 출산하거나 또는 출산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남아선호사상으로 심각한 성 불균형 문제가 커 태아 성별을 이유로 낙태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불법 시술을 한 의사는 최대 3만 위안(약 540만원) 벌금, 소득 몰수, 의사면허 취소 등에 처할 수 있다.
찬반 뜨거운 미국, 낙태권 보장하는 유럽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을 놓고 미국이 양분됐다. 보수 성향이 짙은 공화당 우세 지역들이 텍사스를 모방해 낙태금지법 추진에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은 낙태금지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유럽은 비교적 폭넓게 낙태를 허용한다. 영국은 1967년 낙태를 허용하는 '낙태법'을 통과시켰다.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기간은 24주다. 아일랜드는 지난 2018년 낙태죄가 폐지됐으며 최대 24주까지 중절 수술이 가능하다. 프랑스와 독일·덴마크·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러시아도 임신 12주 이내 낙태가 가능하며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일 경우 기간과 관계없이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낙태죄가 폐지됐고 임신 20주 이내 시술이 허용된다. 인도·인도네시아·태국·카타르 등은 낙태 시술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낙태금지법이 시행돼 여성단체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낙태를 반대하는 단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AFP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