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이틀간 56조원 빨아들였다…공모 청약 '대성공'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9.08 17:11
글자크기
현대중공업, 이틀간 56조원 빨아들였다…공모 청약 '대성공'


현대중공업의 공모주 청약이 흥행에 성공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56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경쟁률은 400대 1을 넘어섰다.

8일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일반 청약 잠정 통합 경쟁률은 405.5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56조562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청약을 진행한 공모주 대어 카카오뱅크 (24,550원 ▼150 -0.61%)의 청약증거금(58조3020억원)에는 소폭 못 미친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했던 또 다른 대어 크래프톤 (230,000원 ▼10,000 -4.17%)(5조358억원)이나 롯데렌탈 (26,950원 ▲50 +0.19%)(8조4001억원)과 비교하면 6~10배 이상 높다.



현대중공업 일반 청약에는 무려 증권사 8곳이 주관사 및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곳은 하나금융투자로, 416.81대 1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던 증권사는 대신증권(398.5대 1)이었다.

공동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쟁률은 각각 409.02대 1, 402.46대 1을 기록했다.



균등 배정의 경우 대부분 증권사가 인당 1~2주를 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청약건수가 13만5076건으로, 균등배정 주식 물량(10만3618주)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추첨을 통해 0~1주를 균등 배정 받을 예정이다.

다만, 내일 공시될 최종 경쟁률은 잠정 경쟁률과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간 중복 청약이 금지되면서 중복청약을 한 고객을 제거하는 프로세스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국내외 기관 1633곳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36대 1을 기록했다. 코스피 공모주 가운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 (63,600원 ▼600 -0.93%)(1882.9 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대어급의 흥행 실패로 주춤했던 IPO(기업공개) 시장은 현대중공업의 성공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대어급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연말까지 IPO 시장은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을 이미 달성했고 점차 공모금액 및 시가총액이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 조선사다. 1972년 조선소 건설 이래 지난해까지 세계 52개국 323개 선주사에 총 2069척을 인도해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3120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이후 20년 만의 조선주 증시 상장이다. 2017년 4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레트릭 3개사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된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선 조선주는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업계 1위라는 점에서 상장 후 프리미엄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액화천연가스)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선박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한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며 "하반기부터 양호한 이익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 교체 사이클이 다가온 점도 호재다. 최 연구원은 "향후 5년간 수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지난 전성기에 만들어진 선박들이 노후선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해운업의 침체도 해소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2005~2007년 조선업 초호황 당시 만들어진 선박들의 선령(선박 연령)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때와 비슷한 빅사이클이 다시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1조800억원의 IPO(기업공개) 조달자금 중 7600억원을 차세대 선박 및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6일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