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애브비에 뺨 맞은 메디톡스…국내 '허가 취소'가 발목 잡았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정기종 기자 2021.09.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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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브비에 뺨 맞은 메디톡스…국내 '허가 취소'가 발목 잡았나


애브비가 메디톡스 (130,200원 ▼2,300 -1.74%)로부터 도입한 액상형 보툴리눔톡신제제의 개발을 결국 중단했다. 애브비에 인수합병된 앨러간이 메디톡스와 관련 계약을 맺은 지 8년 만이다. 이 제제는 국내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 위조 혐의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이노톡스'와 사실상 같은 제품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개발 중단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앨러간(현 애브비 계열사)과 체결한 신경독소 후보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됐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애브비와의 개발 및 상업화가 중단됐다고 8일 공시했다.



메디톡스는 애브비로부터 받은 마일스톤 일체를 반환하지 않으며 애브비가 진행한 모든 임상 자료를 이전 받게 된다. 또 해당 제품에 대한 개발과 허가, 상업화 등 모든 권리는 메디톡스가 갖게 된다. 2013년 계약체결 당시 메디톡스는 앨러간에 해당 제품을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독점권을 부여한 바 있다.

애브비가 개발 중단을 선언한 해당 제제의 파이프라인명은 'MT10109L'로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중인 상태였다. 무려 8년간 개발이 진행되며 현지 허가를 받지 못한 것 관련, 그동안 일각에서는 계약 당시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제품이 없던 앨러간이 미국 시장 방어 목적으로 메디톡스로부터 액상형인 'MT10109L'을 도입해 의도적으로 개발과 출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의혹은 또 있었다. 'MT10109L'이 국내에서 품목허가 취소된 액상형 제품 '이노톡스'와 동일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메디톡스가 이노톡스 허가 및 변경 허가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허가 취소 처분'을 결정한 상태였는데 당시 메디톡스와 미국 소송이 진행중이었던 대웅제약은 "허가 취소된 이노톡스의 안정성 시험자료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조작된 채로 제출되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엘러간에는 액상형 제제 기술을 수출한 것이고 이노톡스는 제품이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두 개가 동일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전자문서정보시스템에서 열람할 가능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의 진술서 등에는 메디톡스측이 MT10109L와 이노톡스를 동일한 의미로 진술한 흔적도 발견됐다.


업계에서는 결국 애브비의 이번 개발 중단 통보가 이노톡스 국내 품목취소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로서는 'MT10109L'를 통한 미국 시장 이익 창출 기회를 잃게 됐다. 'MT10109L'가 미국에서 개발이 완료돼 출시되면 메디톡스는 관련 매출에 따른 별도 로열티(경상기술사용료)를 받게 돼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T10109L 도입 목적이 미국 시장 방어였다면, 결국 애브비와 앨러간은 이번 결정으로 사실 잃을 게 없는 상황"이라며 "메디톡스만 잃을 것이 늘어난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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