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0% 실종시대'…정말 TV영향력이 줄어서일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9.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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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등 미디어환경 변하며 TV영향력 감소…1인가구 증가·청년층 주거환경 변화로 시청률 줄어든단 지적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미국에서 황금시간대에 TV로 중계방송을 챙겨본 시청자는 평균 1550만 명에 불과했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보다 42% 줄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평균 2720만 명이 시청했다는 점에서 시차를 핑계 삼기도 어렵다.

시청률 저하에 따른 TV 위기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KBS 드라마 '첫사랑'이 65.8%라는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고 2000년대에도 KBS '태조왕건(60.2%), SBS '파리의연인(57.6%) 등이 시청률 대박을 쳤지만, 최근에는 황금시간대에도 10% 달성이 어렵다. SBS '펜트하우스가' 매번 10~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시즌마다 '흥행 보증수표' 취급을 받는 이유다.



TV시청 감소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가 있다. 숏폼, 미드폼 등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언택트(Untact·비대면) 경제 전환이 가속화하며 넷플릭스 등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로 미디어 권력이 바뀌고 있다. tvN의 '코미디빅리그'가 유튜브에서 짧게 편집된 하이라이트로 모바일 '엄지족' 공략하며 더 인기를 끄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청률 저하=TV영향력 감소가 맞나?
/사진=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 '통합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미디어 정책 재설계' 세미나 발제/사진=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 '통합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미디어 정책 재설계' 세미나 발제


그러나 시청률 저하를 두고 TV영향력의 감소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급격하게 변하는 인구구조와 달라진 주거환경이 외생변수로 작용하며 시청률의 저하를 낳고 있어서다.

최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진행한 세미나에서 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는 가구 시청률의 하락은 방송의 영향력 감소와 함께 사회전반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황 박사는 "가구 시청률이 지속 하락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청률 저하로 주류 방송이 위기란 우려가 나오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은 가구 단위 시청량을 집계해 가구수로 나누는데, 시청가구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바람에 시청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황 박사는 "20년 전 평균 가구원이 5명정도였는데, 최근엔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줄었다"며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가구 수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결국 TV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인가구 증가·2030 서울行, 시청률 감소 원인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실제 국내 인구구조와 주거환경은 TV시청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청년층의 서울쏠림 현상이 더욱 커졌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는 664만여 명으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1인 가구 대다수는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생활한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도권 청년층(15~34세)의 1인가구 비율이 35%로 지방 청년 1인가구(13.8%)를 크게 상회했다. 이들의 경우 부동산 폭등, 취업난 등으로 주거·생활 패턴이 불안정해지며 TV를 보기 힘든 환경에 놓이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TV 미보유 가구의 70%가 1인 가구로, 이들 상당수가 30대 이하였다.

유튜브 등에서 각 방송·제작사들이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숏폼 형태로 만들어 내놓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도 TV를 시청하지 못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하면 시청률 저하로 TV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황 박사는 "젊은 세대의 TV 시청시간을 보면 TV를 보는 사람들의 시청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한 번이라도 TV를 본 사람들의 시청시간'을 따져보면 줄어드는 양태를 보인다"며 "TV를 정말 보기 싫어서 안 보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살아서 TV가 없거나 업무 등의 문제로 TV시청 기회가 줄어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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