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불구 개발접는 美 바이오...K-바이오는 줄줄이 부활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9.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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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불구 개발접는 美 바이오...K-바이오는 줄줄이 부활


미국의 바이오 업체 '포르테 바이오사이언스'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에 실패한 후 하루만에 주가가 80% 이상 급락했다. 눈에 띄는 점은 평가변수 중 일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음에도 회사가 이 물질에 대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임상시험에 실패하더라도 해당 물질에 대한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고 발표해 죽은 약물을 부활시키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8일 나스닥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포르테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4.19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두 달 간 30달러를 오르내리던 주가는 지난 2일 28.59달러에서 하루만에 82.3%가 떨어져 5.06달러가 됐다. 52주 최고가인 53.99달러와 비교하면 91%가 떨어졌다.



포르테 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폭락은 임상시험 실패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지난 2일 장 마감 후 진행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FB-401'의 임상 2상 실패 소실을 발표했다. 임상 2상에서 주 평가지표로 삼았던 아토피증상평가지수(EASI)가 50% 이상 개선된 'EASI-50 대상자 비율'이 FB-401 투약군에서 58%였다. 위약(가짜약)을 투약한 환자들이 60%로 더 높았다. 다만 EASI-90이 투약군에서 27.6%로 대조군 20.5%보다 높아 부평가지표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회사는 FB-401 개발을 멈추겠다고 발표했다.

약물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을 평가한다. 2상부터는 안전성과 함께 약물의 효과를 의미하는 유효성을 판단한다. 주 평가변수는 유효성을 평가하는 잣대다. 임상시험에서 주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약물이 임상시험을 설계하면서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말이다.



바이오 벤처 기업은 한 두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실패하면 즉시 주가가 급락한다. 앞서 에이치엘비 (110,600원 ▲2,100 +1.94%), 헬릭스미스 (4,400원 ▼25 -0.56%), 신라젠 (4,595원 ▼15 -0.33%), 메지온 (38,400원 ▼850 -2.17%) 등 국내 바이오 업체들도 주력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특히 에이치엘비는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1차 유효성 지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신약 허가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이는 이후 업계에서 임상시험에 실패한 업체들이 결과를 발표하는 '지침'이 됐다.

포르테 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업계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모습은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주가는 곧 주력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임상에 실패하더라도 개발을 멈추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임상 실패 소식을 알렸던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신라젠, 메지온은 전부 실패했던 임상을 다시 설계해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한 번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물질을 부활시켜 치료제로 살려내겠다는 것이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최근에는 전통 제약사들까지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업계가 증권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자 임상에서 실패했어도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신풍제약 (13,430원 ▼70 -0.52%)은 이달 초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의 임상 2상에서 주평가변수였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 비율(음전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피라맥스 투여군(52명)에서 음전된 환자는 오히려 위약군(58명)보다 낮았다. 이 결과 발표 후 신풍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을 신청한 상태다.

앞서 종근당 (100,700원 ▼1,100 -1.08%)도 임상 2상 주 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까지 걸린 시간'이 시험군과 대조군에서 동일하게 11일로 나타났다.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조건부 허가 획득에 실패했는데 회사는 오히려 임상시험 규모를 키워 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상시험 대상자를 기존 100명에서 600명으로 늘려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한국에서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대웅제약 (111,500원 ▼100 -0.09%)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인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의 임상 2b상 에서 '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주평가변수로 삼았지만, 코비블록을 복용한 환자와 위약을 복용한 환자 간 차이가 하루에 그쳤다. 회사는 코비블록을 비강 분무제형이나 다른 치료제와 함께 투약(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 설계한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은 실패가 맞는데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며 "임상 실패 이후 개발을 계속한다고 발표하더라도 실제 내부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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