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에 실려 나가고도 '벌떡'... 대단했던 레바논 '침대축구' [★현장]

스타뉴스 수원=김명석 기자 2021.09.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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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레바논 선수. /사진=뉴시스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레바논 선수. /사진=뉴시스


大(대)자로 쓰러졌던 골키퍼는 의료진이 다가오자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났다. 고통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간 선수는 경기장을 벗어나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전반전부터 나온 레바논의 '침대축구'에 결국 파울루 벤투 감독 등 코치진도 짜증섞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무대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이었다. 이날 레바논은 전반전부터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이른바 '침대축구'를 구사하며 한국의 공격 흐름을 번번이 끊었다. 일반적으로 1~2분 정도인 전반전 추가시간이 4분이나 주어졌는데, 그 4분 중 1분 가까이마저 침대축구로 소진했을 정도였다.



레바논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한국 선수들과 작은 충돌만 있어도 그 자리에 누워 시간을 끌었다. 대신 쓰러져 있던 자신의 부근에 공이 오면 바로 일어나 경기에 가담했다. 큰 고통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간 선수가 경기장 밖으로 나가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장면마저 나왔다.

골키퍼 역시 시간을 자주 끌었다. 한국의 강력한 슈팅을 막은 뒤엔 어깨 부위를 부여잡으며 시간을 끌었다. 포지션 특성상 골키퍼가 고통을 호소하면 경기는 계속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반 추가시간엔 두차례 슈팅을 막아낸 뒤 아예 그라운드가 침대인 것처럼 누워 시간을 끌었다. 의료진이 자신에게 다가선 뒤에야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났다.



답답하던 레바논의 침대축구는 후반 14분 권창훈(수원삼성)의 선제골이 터지자 자취를 감췄다. 전반전과 달리 레바논은 한국이 옐로카드를 받을 만큼 거친 태클을 당한 뒤에도 바로 일어나 경기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리드를 잡은 한국이 경기를 여유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롱볼 대신 수비지역에서 안정적인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끌어냈고, 골키퍼 김승규도 굳이 서두르지 않고 골킥을 처리하는 등 서서히 승기를 잡아갔다. 결국 경기는 권창훈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낸 한국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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