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삼다수 유통은 광동제약?'…식음료계 연이은 입찰 불참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09.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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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다수./사진제공=광동제약제주 삼다수./사진제공=광동제약


국내 생수 시장점유율 1위인 삼다수의 판매권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된 식음료업체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업계는 10년 가까이 삼다수를 유통한 광동제약에 유리한 구도라고 보고 있다.

7일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의 제주도 외 지역 위탁판매 동반협력사 공개모집에 지원한 업체들의 평가 발표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진행된 공개모집에선 광동제약을 포함한 4곳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기존 비소매 판권을 갖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참여했을 것이라고 예측되며 2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돌연 "자사 먹는샘물 브랜드인 강원평창수·다이아몬드 샘물·휘오 순수 등의 판매에 주력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제3의 업체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하림, CJ제일제당 등 여러 식음료 업체들이 다시 입찰 참여 유력 후보들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도 삼다수 판권 본입찰과 관련해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당초 이번 삼다수 판매권 입찰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눠졌던 소매·비소매 판권을 다시 하나로 합쳐지면서 연 3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은 주요 식음료업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역대 최저 경쟁률을 경신하게 됐다. 오랜 기간 유통판매를 맡아온 농심과 결별한 2012년 입찰에는 7개의 회사가 응모했던 것과 비교하면 삼다수 판매권에 대한 인기가 낮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삼다수 입찰에 참여했거나 관심을 보인 업체들도 이번 입찰엔 시큰둥하다. 농심, 롯데칠성음료, 오리온, 웅진식품, 풀무원 등 업체들도 대부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공사는 "아직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입찰 참여업체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어차피 삼다수 유통은 광동제약(어삼광)'이라는 분위기다. 2013년부터 삼다수 유통을 맡아온 광동제약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삼다수 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광동제약은 올해 초 제주삼다수 영업·마케팅 등 관련 부서를 생수영업부문으로 통합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생수 브랜드 다각화로 인해 자사 제품에 집중하는 곳도 크게 늘었다. 삼다수와 작별한 농심도 자체 생수 브랜드인 백산수를 출시했고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등 타 브랜드들이 출시되면서 삼다수의 '1등' 자리지키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다수 판매권이 4년 주기로 재입찰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 등이 계속 상승해 수익성 개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생수 브랜드가 있는 업체들이 자사 제품 이미지 강화에도 바쁜데 굳이 삼다수 판권 계약에 힘쓸 이유가 없다"며 "삼다수 판권이 아쉬운 중소형사들은 기존 업체의 존재감이 커 쉽사리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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