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빌딩 5천원, 송아지 4만원에 산다?...MZ세대, 조각투자 '열풍'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9.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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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앱 투자공모 이미지카사 앱 투자공모 이미지


MZ세대(밀레니엄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를 중심으로 조각투자 바람이 거세다. 조각투자는 고액의 투자자산을 조각처럼 쪼개 여러 명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관련 플랫폼이 늘면서 투자대상도 고가의 명품부터 미술품, 음원저작권, 한우, 빌딩 등으로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사는 MZ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남 빌딩을 소액으로 조각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 8일 시작했던 역삼 한국기술센터 중 1개층(21층)의 투자 공모는 하루 만에 마감됐다. 공모 총액은 84억5000만원으로 2695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이번 투자는 앞서 지난해 12월 1호 투자공모 '역삼 런던빌', 올해 7월 2호 '서초 지웰타워'에 이은 세 번째 공모다.



카사는 상업용 건물 지분을 '댑스(DABS·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로 불리는 소액 증권으로 나눠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1댑스는 건물 지분을 주식회사 지분처럼 1주 단위로 쪼개 소유하는 개념이다. 최소 투자금은 5000원부터다. 투자자들은 직접 빌딩을 소유하지 않아도 빌딩을 소유한 것과 같은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00억원짜리 건물을 5000원짜리 200만 댑스로 나누면 1댑스 투자자는 해당 빌딩 지분 중 200만분의 1을 보유한 셈이다.

댑스 보유자는 분기에 한 번씩 임대수익을 배당받는다. 연간 배당수익률은 최대 3.5% 수준이다. 해당 건물 매각 시에는 지분만큼 매각 차익을 얻는다. 또 보유 댑스를 카사 앱을 통해 주식처럼 자유롭게 매매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카사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이었지만, 소액 조각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 것 같다"며 "만약 카사 1~3호 댑스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 건물주처럼 매월 임대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카사는 서울 등 주요 지역 건물을 대상으로 한 4호 공모를 준비 중이다.



명품, 음악 저작권, 한우 송아지까지 조각투자 영역도 확대
강남빌딩 5천원, 송아지 4만원에 산다?...MZ세대, 조각투자 '열풍'
MZ세대가 조각투자에 몰리면서 명품이나 음악 저작권, 한우 송아지까지 관련 투자 영역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바이셀스탠다드는 롤렉스나 샤넬백 같은 명품이나 희귀자산을 대상으로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 중이다. 올해 4월부터 롤렉스 시계로 구성한 '피스 롤렉스 집합 1,2,3호'를 연달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개시 1분 만에 조각소유권이 전량 완판됐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최소 10만원 소액 투자와 6개월의 짧은 회수기간으로 투자규모와 기간의 문턱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며 "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자산의 종류와 규모를 다양화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의 운영사 스탁키퍼가 지난달 23일 진행한 3차 한우 펀딩은 개시한 지 세 시간 만에 1억5300만원을 모집했다. 투자자 471명이 참여했다.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은 400만~500만원선이지만, 뱅카우에서는 이를 쪼개 투자자가 최소 4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금은 한우 사육비 등으로 쓰이고, 투자자들은 약 2년 뒤 경매를 통해 소가 판매되면 지분만큼 투자금과 수익금을 받는다. 뱅카우가 올해 5월 진행한 1차 공모는 12일 만에 141명에게서 1억여원을 모금했다. 7월에 진행한 2차 공모에서는 하루만에 1억원이 몰렸다. 1, 2차 펀딩 투자자 중 MZ세대의 참여비율은 80%를 넘었다.

음악 저작권을 쪼개 투자하는 플랫폼 '뮤직카우'는 올해 회원 수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20~30대 투자자 비중은 70%에 달한다.
뮤직카우가 매달 곡의 저작권 지분을 경매로 판매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산 뒤 자체 플랫폼 내에서 주식처럼 거래한다. 투자자는 지분 비율에 따른 저작권료 수익과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플랫폼 내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6월 203억원에서 1년 새 1148억원까지 5.7배 증가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조각투자 플랫폼은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산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시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투자든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 내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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