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프로포폴 재판, 두번째 연기된 이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9.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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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건 추가돼 지난주 검찰 공소장변경 신청, 변호인단도 추가 기소 부분 대응 위해 공판기일변경신청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첫 공판이 두번이나 기일 변경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6일 오늘(7일)로 예정됐던 이 부회장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을 다음달 12일로 변경했다. 공판기일을 변경해달라는 이 부회장 변호인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가석방된 상태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부회장에겐 두 건의 재판이 남아 있다. 이미 재판이 한참 진행 중인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사건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승계 의혹 사건 재판은 보유 지분 가치평가에 대한 이견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이 부회장의 공적 지위와 관련된 활동에서 비롯된 일이다. 반면 프로포폴 사건은 초기엔 이 부회장 측이 '적법한 처방에 따른 진료'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사생활에 가깝다. 하지만 삼성 그룹 계열사에 대한 평가와 이 부회장의 지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승계 사건보다 프로포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크다.



이부진은 치료목적 '증거부족 무혐의', 이재용은 '기소'돼 재판받게 된 이유는
특히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고 결국 무혐의로 종결된 적이 있어 더욱 그렇다. 경찰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해 해당 병원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지만 1년여만에 증거를 찾지못한 채 종결했다.

당시 투약량이 적힌 진료기록부 등 구체적인 자료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이 사장은 2016년 왼쪽 다리에 입은 저온 화상 봉합수술 후 생긴 흉터 치료와 안검하수 수술을 위한 치료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도 여전히 진료목적의 프로포폴 투여라는 이 사장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검경의 수사에 앞서 나왔던 언론 보도 등에 의해 일부 불법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다. 검찰은 이 사장 사건과는 달리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선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특히 이 부회장 입장에선 그가 이용했던 병원의 관계자는 물론이고 주요 환자들이 모두 기소돼 유죄판단을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불리한 정황이다. 최근 첫 공판에서 결심까지 한 번에 끝낸 영화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이 해당 병원의 환자였다.

투약 횟수나 방법 등 불법 정도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채 전 대표는 2심에서 징역1년·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배우 하정우는 오는 14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하정우에 대해서 약식기소때와 같은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따라서 법원이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벌금형 유죄를 선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용, 하정우, 채승석, 유명 디자이너, 연예기획사 대표 등 같은 '인피니 의원' 이용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08.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08.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 부회장, 하정우 등이 이용했던 곳으로 알려진 강남 논현동에 있었던 인피니 의원은 지금은 폐업상태다. 병원장 김모씨(40대·여)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모씨(30대·여)는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원장 김씨와 실장 신씨 외에도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관여했거나 관련 재판에서 위증을 했던 병원 직원들도 피의자로 전환한 상태다. 직원 중에는 실장 외에 기소된 이는 아직 없지만 혐의에 따라선 검찰이 추가 기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직원들은 원장과 실장의 1, 2심 뿐 아니라 단골 환자였던 50대 유명 여성 패션디자이너 이모씨와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인피니 의원 관련 사건들은 아직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고 이 부회장 사건이 관련 사건 중 가장 늦게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원장과 실장 그리고 직원들의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증언은 이 부회장 사건과도 모두 연관돼 있다. 검찰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관련 피고인들의 수사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공판과정에서 이 부회장 관련 부분도 여러 차례 법정에서 직접 질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관련 질문이 있을 때마다 관련 피고인들과 증인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했다.

인피니 의원, 원장 등 병원 관계자들도 구속돼 재판받거나 피의자 신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온 서울 강남 인피니 의원에서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온 서울 강남 인피니 의원에서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법률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사건이 변호인단에 의해 두 차례 연기된 것도 앞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미 진행됐던 관련 사건 기록들과 법정 진술내용들을 종합해 이 부회장 관련 부분을 찾아내고 공판에 앞서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사건이 약식기소에서 정식공판 사건으로 전환된 뒤 여러 로펌에서 변호사들이 선임됐다가 첫 공판이 원래 예정됐던 8월부터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중심으로 정리됐다. 여러 로펌에서 공동으로 수임했던 사건이 태평양이 단독 수임하는 것으로 9월초에 정리된 모양새다. 두 차례의 공판기일변경도 태평양 측에 의해 신청됐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 지난 3일 공소장 변경신청을 한 것도 기일변경에 영향을 미쳤다. 검찰이 공소장변경신청을 한 지난 3일 변호인 측도 공판기일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인 지난 6일 기일변경을 결정해 통보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또 다른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했고, 수원지검은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이송시켰다. 수원에서 넘긴 사건은 인피니 의원 사건과는 다른 병원에서 있었던 투약 혐의다. 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을 이미 약식기소한 상태에서 수원사건을 뒤늦게 넘겨받은 셈이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동일 범죄 여부를 검토한 뒤 공소장에 수원 사건을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내용을 변경해 재판부에 신청했다. 정식 공판으로 넘어가기 전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약식기소로 구형한 벌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수원 사건이 추가된다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최종 구형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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