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핀테크맵 만들고 M&A 시동건다…개방형 혁신 '고삐'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21.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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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환 KB금융지주 부사장 "'핀테크맵'으로 기업평가...혁신기업 IPO 직전 M&A 상호 윈윈"

한동환 KB금융지주 부사장한동환 KB금융지주 부사장


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한 KB금융그룹이 최근 1500여개에 달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전수조사하는 등 M&A(인수합병) 대상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설립 5년 만에 시가총액 36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며 금융주 1위를 차지하는 등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빠르게 재편되자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KB이노베이션허브가 지난해부터 국내 전체 핀테크 스타트업을 7가지 사업분야로 분류해 투자단계와 투자금액 등의 정보를 담은 '핀테크맵'을 매월 만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KB금융 플랫폼을 제대로 개발·운영할 수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M&A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금융그룹 디지털플랫폼총괄(CDPO)을 맡고 있는 한 부사장은 현재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KB금융그룹의 디지털전환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칸막이 역할을 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금융사의 스타트업 M&A는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로 금융사도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한 부사장은 "금산분리 완화와 함께 M&A 가능한 업종이 구체화되는 등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다"면서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면서 창업자와 KB금융이 상호 윈윈이 되는 시점에 과감히 M&A를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시점은 기업공개(IPO) 직전 단계로 봤다. 한 부사장은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너무 초기 기업을 M&A 해서 경쟁의 싹을 자른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리는 동반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IPO이전 단계의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M&A를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제휴 지원은 더 강화할 계획이다. 한 부사장은 "빠르게 유니콘으로 성장한 센드버드를 초기에 KB스타터스로 발굴하고 다양한 업무제휴 등을 통해 지원하면서도 직접 투자하지 못했던 게 가장 뼈아픈 사례"라며 "앞으로 '10-10클럽'을 목표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10-10클럽'이란 KB금융 계열사가 1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10건 이상 제휴를 맺는 것으로 '플라이하이'와 '애자일소다' 등이 대표적이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10-10클럽 확대를 위해 KB계열사에 제공해온 핀테크맵을 더 고도화하고 외부에도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핀테크맵에는 KB인베스트먼트의 투자기업 정보를 포함한 스타트업 동향과 사업 분야별 핀테크 기업 정보가 담겨있다. 지난 8월 핀테크맵에 집계된 핀테크 스타트업은 1517개로 전체 스타트업 약 8000개 중 19%를 차지한다. 이중 1억~100억원 규모로 투자유치에 성공한 600여개 기업을 KB금융이 육성 가능한 의미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사업 분야를 50개로 세분화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점수(HUB스코어)화해 분야별·기술별 역량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중요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면 머지포인트와 같은 피해를 줄이고 스타트업의 선의 경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정보 공유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까지 사용한 HUB스코어 기준은 △투자단계 30%(시리즈 D이상 100점) △투자금액 20%(500억원 초과 100점)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 랭킹 30%(1000등 이내 100점) △해외 엑셀러레이팅 경험 10%(있는 경우 100점) △타 핀테크랩 참여 횟수 10%(3회 이상 100점)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HUB스코어의 평가항목을 추가하고 비중을 조정해 9월부터는 핀테크맵 2.0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KB이노베이션허브가 핀테크맵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이제 은행들의 경쟁자가 빅테크인만큼 넘버원 금융플랫폼이 되기 위해 동반성장이 가능한 핀테크 기업 파트너를 찾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금융그룹은 금융업계 최초로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KB이노베이션허브를 만들고 6년간 140개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204건의 제휴와 611억원 규모의 투자를 해왔다.

핀테크맵 내 파이차트/사진제공=KB이노베이션허브핀테크맵 내 파이차트/사진제공=KB이노베이션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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