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결함 이사회가 제재"…자율규제 실효성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박광범 기자, 김남이 기자 2021.09.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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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6/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6/뉴스1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권 협회장들이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당국과 국회에 공동 건의했다. 금융사고 발생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금융당국이 임직원을 직접 제재하는 대신 개별 금융회사 이사회가 내부통제 오작동에 책임 있는 임직원을 자체 징계하는 등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부통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금융회사의 자율규제 강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사회 중심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본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 회장들은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6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융 협회장들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못할 경우 소비자 보호, 건전경영, 시장 질서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내부통제 제도는 외부규제를 내부화한 것이므로 획일적 규율보다 회사별 이사회 중심의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는 법령 준수와 건전 경영, 주주·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일련의 통제과정을 이른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제24조)에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위반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통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기준 준수 여부나 관리·점검에 대해선 법적 의무나 제재 조항이 없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소홀을 이유로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 겸직)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게 대표적이다. 법원은 최근 1심 판결에서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금융 협회들이 선고 결과를 반영해 공동 발표한 내부통제 발전 방안의 핵심은 △이사회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역할 강화(금융회사) △제재 중심인 현행 감독방식의 개선(금융당국) △지배구조법 개정시 내부통제 관리 의무 내용과 제재사유 명확화(국회) 등 크게 3가지다.

금융 협회장들은 먼저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을 강화해 결함 발견시 임직원 징계조치와 내부통제 개선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실적 중시 영업문화가 내부통제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고객만족도를 성과평가지표(KPI)에 반영하고 특정상품 판매실적은 KPI에서 제외하겠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엔 "내부통제가 자율규제인 점을 감안해 제재 중심의 현행 감독방식이 아닌, 개선방향 제시 등 원칙중심의 감독·규제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제안했다.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 법제화를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의무 내용과 제재 사유를 명확하게 법안에 반영해 달라"고 국회에 건의했다. 특히 내부통제 관리 의무에 포함돼 있는 '실효성', '충실한' 등 주관적 기준이 사실상의 결과 책임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재 사유 역시 내부통제관리 의무 위반으로 '다수 피해', '시장질서 저해' 등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건의 내용을 포함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에선 자율적으로 여러 제도개선 방안을 당국에 요구할 수 있고 이번 건의도 그런 취지로 이해한다"며 "내부통제 관련 제도개선책을 검토할 때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으로 놓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손 회장과의 1심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금감원도 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함께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선 내부통제 자율규제 강화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영진이 사내·외 이사 선임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이사회의 내부통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자율적 내부통제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면서도 "내부통제 소홀 책임을 물어 임직원들을 제대로 제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금융 협회장들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유착 우려 등을 감안해 내부통제와 관련된 이사회 활동내역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협회들은 아울러 금융당국이 이사회에 내부통제 개선계획을 제출·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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