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원자재펀드, 재도약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1.09.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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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원자재펀드, 재도약 가능할까


올초 고공행진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던 원자재펀드가 수익률 부진과 자금 이탈의 이중고에 빠졌다. 원자재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 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원자재 펀드에서 706억원이 이탈했다. 최근 3개월, 6개월 사이에도 각각 3086억원, 7557억원이 빠져나갔다.



해외주식형 펀드에 1개월, 3개월, 6개월 동안 각각 1조3002억원, 2조9736억원, 4조9183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과 비교된다.

부진한 수익률이 자금 이탈의 원인으로 꼽힌다. 연초이후 원자재펀드 수익률은 15.4%로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 11.6%를 앞선다.



하지만 원자재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1%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3.4%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3개월,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9%, 2.1%다.

날개 꺾인 원자재펀드, 재도약 가능할까
펀드별로 살펴보면 서부텍사스원유(WTI)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 펀드에서 최근 1개월 새 6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펀드는 같은 기간 6.2%의 손실을 기록했다.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에서도 한달사이 58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1개월 동안 수익률도 -6.7%다. 구리 실물 및 농산물 선물 등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로저스Commodity인덱스' 펀드에서도 한달동안 33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원자재펀드가 부진한 건 원자재값이 하락한 탓이다. 올 상반기 급등하던 원자재 시장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19일 63.69달러를 기록했다.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후 7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이달들어 다시 60달러 선대로 후퇴했다.

가파르게 올랐던 구리값도 하락세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지난 5월 1t당 1만달러를 넘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7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재 9361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원자재 가격하락이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펀드에 접근할 것을 권했다.

김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연준이 테이퍼링(유동성 공급축소)을 실시한다면 원자재 가격 하방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동성 축소 및 금리 상승으로 원자재 내 위험자산으로부터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완화적인 유동성 환경에 기대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원자재에 대해 매수세를 펼쳐왔다"면서 "그만큼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할 만한 이슈에 민감히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반 매크로 환경과 수급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가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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