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돈댄 SK바이오사이언스 빼면…토종 백신 안보인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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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돈댄 SK바이오사이언스 빼면…토종 백신 안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 (57,000원 ▼1,700 -2.90%)를 제외한 국내 기업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 성과 확보가 더디다. 해외에서 속속 자체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빼면 임상 3상에 진입한 기업이 없다.



코로나19 백신 주권이란 목표를 위해 토종 백신이 필수적이지만 해외서 개발 자금을 댄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외에 성공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눈에 띄는 후발주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예방접종 속도, 전 세계적인 변이 확산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올해 안에 임상 3상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개발 중인 백신의 효용성을 장담할 수 없단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의 소수 임직원은 수십억원 규모의 보수를 받는 등 대박을 터트렸다.



임상 3상 진입한 토종 백신은 해외서 개발자금 지원한 GBP510뿐
6일 방역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 중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필두로 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셀리드가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임상 3상에 진입한 사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유일하다.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해외 기관인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PD)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다. 글로벌 제약회사 GlaxoSmithKline(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 기술을 활용한다.


특히 GBP510은 해외에서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한 백신으로,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연구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임상 시험 등을 위한 행정적, 제도적 지원만 이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정부 자금을 일부 지원 받고 개발한 'NBP2001'의 경우 GBP510에 우선순위가 밀려 사실상 추가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3상 계획을 승인 받은 제넥신의 'GX-19N'의 경우 부스터샷(추가접종)용으로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 일종의 보조제로 개발하겠단 의미인 셈이다.

관련업계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외에 연내 임상 3상 진입이 가능한 코로나19 국내 백신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GBP510 외 대조백신 구하기 어려워 3상 힘들 것"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실질적인 효용성을 갖추려면 올해 안에 임상 3상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GBP510 외에 이를 충족할 백신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 부회장은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드코로나(코로나와 공존)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연내 임상 3상에 진입하지 못하는 백신은 상업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GBP510을 제외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특히 국내 임상 3상을 위한 비교임상을 하려면 대조백신이 필수적인데,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이 대조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GBP510의 경우 미국 워싱턴대학과 공동 개발하는 물질로 개발하는데다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에서 개발 자금을 댔기 때문에 공익적 차원을 인정받아 아스트라제네카(AZ) 대조백신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에서 연구 중인 다른 기업의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단계도 대부분 1상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대조백신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3상 진입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신 업계 관계자는 "우선 GBP510의 경우 해외 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물질에 GSK의 면역증강제를 활용하는 백신으로, 어느 정도 목표 달성은 가능하겠지만 비교임상이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효과와 안정성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봐야 한다"며 "이 외에 바이러스벡터, 합성항원, D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개발 중인데 상업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중 특정 임직원이 수십억원 규모의 보수를 받은 사례도 눈에 띈다.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올해 상반기 등기이사 2명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차익을 포함해 총 48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박영근 대표가 약 39억원, 조병문 전무가 약 9억원을 받았다. 진원생명과학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약 93억원이다.

다른 백신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으로 일부 전문 역량을 갖춘 개발자의 몸값이 높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백신이나 신약 연구 개발, 기업 가치 상승에 얼마나 기여하고 성과를 냈는지 등을 봐야겠지만, 특별한 성과와 관련 없는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이라면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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