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자율규제" 금융협회장 건의에 금융당국 "검토할것"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김남이 기자 2021.09.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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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금융사고 발생 때 이사회가 임직원을 징계하고, 개선 계획을 마련하는 자율규제 방향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한 데 대해 금융당국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 금융권의 제안도 테이블에 올려 두고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내에선 기본적으로 금융사 자율로 내부통제 문제를 관리해야 한단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금융사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관리·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6개 금융협회장은 내부통제 관련 제재·개입 중심의 현행 감독방식 대신 금융사 자율규제 방식의 규제 환경 조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에 나서달라는 내용의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 방안'을 6일 금융당국에 공식 전달했다.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낳은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등과 관련해 금융권이 금융사고 발생시 이사회가 임직원을 직접 징계하고 개선 계획을 마련하는 자율규제 방향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직접 개입 대신 개선방향 등이 담긴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금융권에 제시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하자 내부통제 관련 제도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판결문을 살펴본 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협회장들이 제안한 내용을 포함해 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에선 자율적으로 여러 제도개선 방안을 당국에 요구할 수 있다"며 "이번 건의사항도 그런 취지로 이해하고, 앞으로 내부통제 관련 제도개선책을 검토할 때 금융협회장들의 제안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으로 놓고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 내에선 협회장들이 제안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금융사 이사회 구성은 경영진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이사회가 과연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내부통제를 자율적으로 잘 하겠다는 제안은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국내 금융사 이사회의 모습을 보면 과연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물어 임직원들을 제대로 제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를 보면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이사회가 먼저 나서 CEO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나서는 반면, 국내 금융사 이사회는 자신을 임명해준 CEO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게 현실"이라며 "금융협회장들의 제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같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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