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매년 집값 오른다에 베팅한 민주당 '누구나집'..흥행은?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소은 기자 2021.09.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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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왼쪽 세번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특위는 분양가의 6~16%만 내면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 주택 1만785가구의 시범사업지로 인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1.6.10/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왼쪽 세번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특위는 분양가의 6~16%만 내면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 주택 1만785가구의 시범사업지로 인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1.6.10/뉴스1


집값의 10%만 내고 입주권을 얻어 시세의 85~95%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 거주하다가 미리 정한 분양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이 오는 8일부터 민간 사업자 공모에 들어간다. 총 6075가구를 공급하는 시범사업 공공택지는 경기 화성 능동, 의왕 초평, 인천검단 등 입지 조건이 좋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5% 수준으로 제한되는 데다 10년 뒤 집값이 하락해 미분양이 나면 사업자가 모두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흥행'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는 화성능동, 의왕초평, 인천검단 등 6개 사업지에 '분양가확정 분양전환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누구나집) 공급을 위한 사업자 공모를 8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10년간 매년 집값 오른다에 베팅한 민주당 '누구나집'..흥행은?


10년간 매년 1.5% 집값 오른다 가정해 10년 전에 미리 분양가격 확정.. 분양전환 후 시세차익은 모두 임차인 몫
누구나집은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제시한 주택 공급 유형이다. 임차인이 분양가격의 10% 수준의 보증금을 내고 해당 주택에서 '세입자' 신분으로 시세의 약 85~95%의 월세를 내고 거주하고 있다가 10년 후 '집주인'으로 분양 전환을 할 수 있는 주택이다.

중요한 것은 분양전환 가격이다. 입주하는 시점에 미리 '확정 분양가격'을 정해 놓는다. 당정은 매년 집값이 최대 1.5% 오른다고 가정해 미리 확정분양가격을 정하기로 했다. 10년 후 분양가격을 미리 정하는 셈이다. 집값 예상 상승률 1.5% 안에는 사업자가 얻는 최소 5% 이익률이 녹여져 있다. 예컨대 현재 주변 아파트 시세가 5억원인데 최대 매년 1.5% 가격이 오른다고 가정해 책정한 분양가격이 6억원이라면 10년뒤 이 가격으로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만약 10년 뒤 주변 아파트 시세가 8억원이라면 세입자는 (10억원-6억원) 4억원의 시세차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사업자는 최근 시세 5억원과 확정분양가격 6억원의 차액인 1억원 이내에서 이익을 일부 가져가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누구나집의 임대료는 일반공급은 시세의 95% 이사, 특별공급은 시세의 85%로 정했다. 특별공급은 무주택자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내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체 공급물량의 20%가 배정된다. 전체의 80%가 공급되는 일반공급은 무주택자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누구나집 입주권을 얻었더라도 중간에 다른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나중에 누구나집 분양전환을 할때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수 있다.


화성 능동, 의왕 초평, 인천 검단에서 총 6075 가구 사업자 공모..."교통 등 입지조건 우수"
이번에 공공택지 공모대상은 3개 지역 6개 사업구역이다. 모두 입지 조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화성능동의 경우 총 4만7747㎡ 부지에 전용면적 60~85㎡ 이하의 공동주택 899가구를 공급한다. 지하철 1호선 서동탄역이 근접(700m)하고 서동탄역에 인덕원-동탄 복선 전철이 연결될 예정이다. SRT동탄역,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북오산 I.C.) 등이 위치해 서울로의 접근이 용이하다.동탄1 신도시 서측이 연접해 생활편의시설 및 문화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의왕 초평은 총 4만5695㎡ 부지에 전용면적 60㎡ 이하 및 60∼85㎡의 공동주택 951가구가 공급된다. 지구 동측(약 1㎞)에 지하철 1호선 의왕역이 위치해 수도권 이동이 편리하고 수원-광명 간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와 국도42호선·국도47호선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인근 군포중앙 고등학교, 부곡중앙 중학교, 부곡중앙 초등학교으로 도보 통학이 가능해 교육여건이 우수하고 구봉산, 신천천, 왕송호수 등 녹지와 수변 공간이 어우러져 거주환경이 양호하다. 또한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 군포첨단 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현대로템 등 기업이 위치해 직주근접성이 우수하다.

인천검단 4개 사업지는 총 4개 블록, 21만9526㎡ 부지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및 60∼85㎡의 공동주택 4225가구를 공급한다. 지구 외곽으로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인천공항 고속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및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진출입이 용이하다. 20-24년 말 예정인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선을 통해 인천 도심으로의 접근이 수월해진다.

민간 사업자 공모는 14일부터 15일 오후 3시까지 참가의양서 접수로 가능하다. 참가의향서 제출 사업자는 11월8일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11월 중 우선 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누구나집'의 흥행 여부는 사실상 민간 사업자의 참여도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10년간 매년 집값 오른다에 베팅한 민주당 '누구나집'..흥행은?
보장 수익 5%에 건설사들 움직일까?..10년 뒤 집값 하락하면 미분양 위험은 사업자가 떠 안아야
우수 입지에 공공택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보장 수익률이 5% 정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민간 사업자의 분양전환 주택의 경우 분양전환하는 시점에 시세를 반영해 분양전환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하지만 누구나집은 연간 1.5% 집값 상승률을 가정해 10년전에 미리 분양가격을 정해 놔야 한다. 나중에 분양전환하는 시점에 분양가격과 시세와의 차이가 크게 발생해도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는 더 '최악'이다. 세입자는 분양전환 할 권리를 포기하면 되지만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는 사업자가 안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대 수익률은 다른 사업대비 낮은 반면 분양리스크는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높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사업 참여 마진보다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클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높은 퀄리티로 공급하는 사업장이 아닌 만큼 브랜드 가치 훼손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며 "대형브랜드 아파트 이름을 걸면서 시공비 절약하겠다고 중저가 자재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주택전문 중견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대형사와 시공원가 차이가 있다보니 수익성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사업 구조가 딱 중견건설사 사이즈"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대형사들보다는 업계 후발주자인 중소중견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측은 "지금의 분양사업, 공공지원민간임대사업보다는 수익률이 낮아 이 사업에서 충분히 수익이 나는 건설사들의 관심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시장에서 소외돼있는 후발주자들, 중소건설사들은 작더라도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공모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누구나집' 사업 모델이 임차인에게만 유리한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입주자는 분양 시점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분양 받아 이익을 취할 수 있고 하락하면 분양 받지 않음으로써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며 "분양 전까지 집값 하락에 대한 책임이 사업자에게 부과된다는 점은 사업 참여자에게 마이너스요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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