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돈에 우선순위를 두는 성향을 연령이 높아질수록 커졌다. 해당 질문에 '저렴한 임대료'를 택한 30세 미만은 13.8%밖에 없었던 반면 △30~39세 29.4% △40~49세 53.1% △50~59세 67.6% △60세 이상 82.5%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모아놓은 돈도, 벌 수 있는 돈도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시원을 택한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55~79세 고령층 1476만6000명 가운데 연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고령층은 절반 정도인 약 762만2000명에 달했다.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전 국민에게 적용된 시기가 1999년 4월부터인 만큼 현재의 고령층이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3.4%에 그쳤다. 사적연금과 공적연금을 모두 합해도 은퇴 전 평균 소득의 절반에 못미쳤다. 반면 미국 등 'G5(주요5개국) 국가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평균 69.6% 수준이었다.
생계가 막막한 노인들이 편하게 몸을 누이기에 서울의 월세는 높기만 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매물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원룸 평균 월세는 51만원, 투·스리룸(전용면적 60㎡ 이하) 평균 월세는 91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노인도 극히 일부다. 서울시 안에서는 노인 인구의 9% 정도가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자체가 충분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소득환산과정에서 부양의무자들의 재산이 함께 계산돼 입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주거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월세가 싼 고시촌으로 내몰린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고시원 수는 2019년 기준 1만1605개로 이 중 서울에 있는 곳이 5663개에 이른다. 한달에 적게는 20만~30만원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고시원은, 모아둔 돈이 없는 노인들의 '최종 종착지'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또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편하게 발 뻗기 힘든 좁은 방, 소음에 취약한 얇은 벽,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고시원은 노인들을 우울증, 고독사, 극단적 선택, 감염병 등에 취약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고시원이 노인들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고시원도 시설이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한 곳을 찾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특히 시설이 좋지 않다. 그런 곳은 환기가 안 되고 햇빛이 안 드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엌과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다보니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도 어렵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피하기도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시원에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이 없거나 버림받은 사람들이라 아파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며 "스스로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돌연사, 고독사해 방치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