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장만 폭주하는 카카오…컨트롤타워부터 갖춰라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이진욱 기자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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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성장통 앓는 카카오, 2.0 전략 필요하다 (下)

편집자주 카카오는 우리 일상에서 매순간 접하는 국민기업이 됐다. 그런데 조금씩 카카오 앞에 '갈등', '잡음' 급기야 '갑질'이라는 부정적 수식어가 붙는다. 코로나 반사효과로인한 고속 성장에 나선가운데 숨고르기, 사회적 조율이 생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의 집단의 틀에서 벗어나 거대 그룹사로 변모한 카카오가 우리 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국감 단골손님 네이버는 어떻게 '초록공룡' 이미지 벗었나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국내 IT(정보기술)산업 대장인 네이버(NAVER (183,700원 ▲3,600 +2.00%))도 오늘날 카카오와 같은 성장통을 겪었다. 포식자란 의미의 '초록공룡'이란 별명은 지금도 네이버를 따라다닌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IT·통신사업을 통틀어 최다 출석 기록을 세운 점만 봐도 네이버에 대한 우려와 견제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글로벌 향해 편대비행 "…골목대장 넘어 국가대표 된 네이버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네이버의 공룡 이미지가 조금씩 불식한 건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면서부터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가 된 데 이어 2016년 국내 기업 최초로 뉴욕·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과 2018년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전세계 Z세대가 주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해외 사업에 전념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의장에서 GIO(글로벌투자책임자)로 변신한 이 창업자는 2018년 19년간 유지해온 회사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GIO는 회사설립 초기부터 글로벌을 지향해왔다"며 "라인·웹툰 등 성장한 계열사의 해외 진출 기반을 닦기 위해 GIO역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 초 라인과 일본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가 경영통합하면서 아시아 최대 IT기업의 지주사가 됐다.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서 북미·유럽·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AI(인공지능) 연구벨트'도 구축 중이다. 이처럼 네이버가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국가대표로 거듭나면서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 검색포털 1위에 오른 후 곧바로 해외시장에 도전했지만, 카카오는 1위 메신저의 이점을 활용해 국내사업을 옆으로 벌이는데 집중했다"라며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본사를 중심으로 편대비행 하는 구조라면 카카오는 각 계열사가 각개전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중소상공인이 먼저 찾는 네이버…수수료 포기하자 '창업산실' 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스페이스 내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를 위한 지원 공간인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종로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원하는 파트너스퀘어는 교육, 컨설팅, 창작 스튜디오 등을 운영해 사업자와 창작자가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스페이스 내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를 위한 지원 공간인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종로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원하는 파트너스퀘어는 교육, 컨설팅, 창작 스튜디오 등을 운영해 사업자와 창작자가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기존 플레이어와 손잡고 신사업에 진출한 것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이는 금융사업에서 두드러진다. 카카오 금융계열사는 정부 인가를 받아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를 택했다. 미래에셋과 손잡고 대출상품과 CMA통장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을 줄이면서 '플랫폼'의 정체성은 유지하는 셈이다.

쇼핑은 네이버의 이미지를 180도 달라지게 했다. 네이버가 2012년 오픈마켓 형태의 '샵N' 서비스를 선보이자,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네이버는 2년 만에 샵N을 철수하고 '입점 수수료 0원'인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선보였다. 포털 이용자 유치 및 검색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쇼핑사업은 불가피하지만, 수수료 이익은 보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여기에 한 대표가 주도한 소상공인 온라인창업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이 더해지면서 네이버는 45만명의 온라인 창업자 산실로 거듭났다. 다른 플랫폼에선 두 자릿수 규모인 판매수수료가 사라지자 스마트스토어 문을 두드리는 창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쇼핑사업이 활성화되자 네이버페이·네이버플러스멤버십 등 네이버 생태계도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라며 "네이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져 플랫폼 참여자 수가 늘수록 이익이라고 생각해 수수료 부과 등에 관대한 측면이 있지만, 카카오는 수수료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사업모델이 많아 중소상공인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상명하달식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필요성 지적도

물론 네이버 역시 개선점이 거론되고 있다. 조직구조가 경직돼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몇몇 핵심인사 중심의 상명하복식 의사결정구조로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M&A나 투자 등에 있서 C레벨의 의지가 강하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본사 중심이어서 계열사의 민첩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들어선 개발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네이버는 경영쇄신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권한이 집중된 C레벨 중심 체계를 더 많은 리더를 선발해 역할과 책임을 분산하는 형태로 새로운 조직체계와 리더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카카오 독립경영이 독? "158개 계열사 각자도생"…김범수는 어디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카카오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사업 확장만 보고 폭주하고 있어요. 총체적으로 조직 체계를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사업 확장 템포를 조절하면서 계열사 간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결국 카카오 성장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거대 그룹사로 변모한 카카오가 장기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혁신을 위한 '자기주도성'으로 대표되는 '카카오스러움'만으로는 158개에 달하는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독립 경영이 리스크 되나…김범수 주도 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최근 카카오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상장하느라 조직 체계가 산만해진 느낌"이라며 "이런 불통 상황을 간과한다면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 모두 추락할 수 있다. 조직 전체를 다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고속 성장을 위해 카카오가 계열사 대표들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이 독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IT 전문가는 "독립 경영체제는 고속 성장에 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카카오를 균열시키는 암초가 될 것"이라며 "158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에 집중하면서 사업적 시너지는 커녕 소통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컨트롤타워를 둬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기도 하고, 사업재편에 적극 나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 SK의 수펙스추구협의회와 현대차그룹의 기획조정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카카오도 일정한 컨트롤타워를 통한 조직운영 철학과 업무조율, 경영 효율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의장은 계열사들의 경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계열사 간 의사 조율을 위해선 직접 나서야 한다"며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마당에 이들을 하나로 결집하고 통일시킬 수 있는 사람은 김 의장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컨트롤타워의 수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수용,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사진=카카오조수용,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사진=카카오
◆영향력 커진만큼 상생 확대해야…골목상권 대신 새로운 시장 창출할 때

업계는 카카오가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만큼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에도 더 비중을 두라고 주문한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카카오는 돈 버는 사업은 정말 잘했는데 약자와 나누는 역할을 잘 했는지는 의문"이라며 "네이버가 중소상공인에게 다양한 금전적 지원을 한 것처럼 카카오도 현실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5조원을 환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회 문제해결에 집중된 경우로, 네이버가 중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한 것과 결이 다르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골목상권 진입을 자제하고 신시장을 발굴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태생이 IT 기업인 카카오가 기존 산업에 플랫폼을 얹는데 집중하기 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것처럼 완전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일으키는 데 집중하라는 의미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사업 다각화 자체를 잘못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신시장을 창출할만한 자본과 기반을 지닌 카카오가 독식하기 쉬운 골목상권을 찾아다니는 건 혁신 기업의 방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를 둘러싼 잡음들을 숙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가 전에 없던 모바일 영역을 개척한 선두 기업인만큼 선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눈부신 성장을 하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회사"라며 "짦은 기간에 조직 덩치가 커지다보니 시스템을 최적화하는데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입장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들을 처음 겪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면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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