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강아지만큼 좋고, 모성애는 사람보다 나은 '이것'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9.05 09:21
글자크기

[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⑬]새끼를 위해 6달간 굶는 모성애의 화신 '문어'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머리는 강아지만큼 좋고, 모성애는 사람보다 나은 '이것'


2010년 스페인이 명예시민권을 부여한 대상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해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은, 자국 축구대표팀의 승리 결과를 예견한 한 점쟁이를 스페인 시민으로 인정했다. 점쟁이의 이름은 '파울'. 그는 문어였다. 파울은 8차례에 걸쳐 월드컵 경기 승부 결과를 예측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문어는 개에 버금가는 아이큐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육사를 인지하고, 플라스틱 통 뚜껑을 돌려 열고 탈출하기도 한다. 그 지능만큼이나 뛰어난 것은 문어의 맛. 그래서 남아공월드컵 4강에서 스페인을 만난 독일은, 파울이 독일의 패배를 예언하자 "해산물 샐러드에 넣어버리겠다"며 '살해협박'(?)을 하기도 했다.

글 쓰는 생선 '문(文)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 7일 포항죽도시장 어물전에서 문어 상인이  제수용 문어를 삶아내고 있다. /사진=뉴스1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 7일 포항죽도시장 어물전에서 문어 상인이 제수용 문어를 삶아내고 있다. /사진=뉴스1
문어는 '글월 문'자를 이름에 쓴다. 우리 선조들은 문어가 지닌 먹물 때문에 글을 아는 물고기라고 귀하게 여겼다. 이 때문에 강원도나 경북 지역에서는 제삿상에 반드시 올라가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비단 제삿상에서만 귀한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 문어는 풍부한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어 해독작용과 피로 회복,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또 단백질 함량이 높은 '건강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동역사 물산지편에 따르면 문어는 삼국시대에도 조기, 새우, 상어 등과 함께 소비된 것으로 나타난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문어가 경상, 전라, 강원, 함경도의 37개 고을의 토산물로 나온다. 19세기 초반의 생활백과사전 '규합총서'에는 문어에 대해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 배, 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 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전한다.

맛 좋은 문어는 사람만 먹는 게 아니다. 문어는 특이하게도 주변에 먹이가 없을 때 자신의 다리를 뜯어먹는 '자식'(自食)을 한다. 이 때문에 종종 다리가 6~7개 밖에 없는 문어가 잡힌다. 여기서 "문어 제 다리 뜯어먹는 격"이라는 속담이 나왔다. 다행히 문어 다리는 빠르게 재생된다. 문어는 하루에 전체 체중의 3% 가량의 몸집을 더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다리를 뜯어먹는다고 해서 멍청한 생물은 절대로 아니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유리병의 뚜껑을 돌려서 딸 수 있으며, 미로 속에 가둬놓아도 스스로 길을 찾아 나온다. 이는 문어가 신경세포를 발달시키는 단백질인 '프로토카데린' 유전자를 일반 포유류보다 2배 가량 많은 168종을 보유한 덕분이다.


찬물 좋아하는 대문어, 따뜻한 물 즐기는 참문어
문어 구분하는 법. /사진=국립수산과학원문어 구분하는 법.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나라 연안에서 주로 잡히고 유통되는 문어는 크게 대문어(Enteroctopus dofleini)와 참문어(Octopus vulgaris)가 있다. 대문어는 대왕문어 또는 피문어로도 불린다. 참문어는 돌문어 또는 왜문어로 불린다.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대문어를 '참문어'로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사투리로, 진짜 참문어와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대문어는 동해에서도 경북 포항 위쪽으로 서식하며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보통 20~50㎏ 성장하는데 최대 272㎏ 까지 자란 기록이 있다. 대개 깊은 바다에서 살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심 30~50m까지 서식지를 옮겨 굴이나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대문어의 몸 색이 빨간 편이라 '피문어'로 불리는 것이다.

참문어는 온대성종으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한다. 대형종인 대문어와 달리 소형종인 참문어는 6㎏ 정도까지 자란다. 명절에 가장 많이 팔리고, 가격도 명절에는 평소보다 2~2.5배까지 올라간다. 문어류는 주로 11~3월 산란기 이전에 살이 가장 많이 오르고 단맛이 강해진다.

잘 잡히진 않지만 발문어(Octopus longispadiceus)도 우리 연안에 서식한다. 참문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에 흰 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간혹 낙지와 헷갈리는 경우가 있으나 낙지는 얕은 곳에, 발문어는 깊은 곳에 서식한다.

문어 다리가 아니라 '팔'입니다
교미중인 참문어. 왼쪽의 수컷이 교접완을 암컷에게 집어넣어 정자를 보내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교미중인 참문어. 왼쪽의 수컷이 교접완을 암컷에게 집어넣어 정자를 보내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두족류는 다리(足)가 머리(頭)에 달려있는 동물을 말한다. 흔히 아는 문어와 오징어 등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 다리가 아니라 팔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문어, 주꾸미, 낙지 등 팔이 8개 있는 종류를 '팔(8)완목', 오징어처럼 팔이 10개 있는 종류를 '십(10)완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문어의 머리로 보이는 맨 윗부분은 문어의 주요 내장기관과 먹물주머니 등이 들어있는 몸통이다. 그 아래에 뇌와 눈 등이 담긴 머리가 있다. 철이 주성분인 사람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달리 문어 혈액에는 구리로 이뤄진 헤모시아닌이 있다. 이는 산소와 결합할 때 푸른 색으로 변해 문어의 피를 푸르게 만든다.

두개의 긴 촉수를 늘려 먹잇감을 잡는 오징어류와 달리 문어는 팔 전체를 이용해 갑각류, 조개 등 먹이생물을 움켜쥐는 듯 사냥한다. 주로 헤엄을 치는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팔을 이용해 기어다닐 수도 있다. 아울러 사냥의 명수답게 주변 지형과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변화시키는 데 능하다.

문어의 팔을 보면 암수를 구분할 수도 있다. 오른쪽 세번째 다리에 '교접완'이라는,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다. 문어는 이 다리를 이용해 암컷의 몸속에 정자를 주입하고 암컷은 이를 보관했다가 성숙된 알을 배란할 때 수정시킨다. 대문어는 보통 10만~15만개, 참문어는 5만~20만개의 알을 낳는다. 교미를 마친 수컷은 수주 내에 죽는다. 암컷은 산란 이후 아기 문어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품다가 죽는다.

모성애의 화신 문어
수정란에서 부화한 아기 문어(유생) 뒤로 제 역할을 마친 뒤 폐사한 어미 대문어가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수정란에서 부화한 아기 문어(유생) 뒤로 제 역할을 마친 뒤 폐사한 어미 대문어가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문어는 다른 그 어떤 생물보다도 모성애가 강한 편이다. 수정란에서 어린 문어가 부화할 때까지 1~6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면서 온몸을 이용해 알에게 산소를 공급한다. 새끼 문어가 부화하게 되면 생명을 다한 어미 문어는 다른 생물에게 먹이가 되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김기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생명을 경시하고 아동을 학대하는 풍조가 있는데 문어의 모성애를 반드시 기억하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문어 어획량…늘어난 대문어 금지 체장
수정란을 관리중인 어미 대문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수정란을 관리중인 어미 대문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문어류는 2009년 1만5386톤이 잡혀 최고 어획량을 기록했으나 이후 조금씩 줄어들면서 2017년 1만82톤까지 내려왔다. 김기태 연구사는 "산란장 연안의 환경 변화와 어린 개체 남획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어류의 자원회복을 위해 경북과 강원도에서는 자체적으로 대문어 인공종자를 생산해 방류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참문어는 제주에서 인공종자 시험과 경남에서 중간 축양 양식시험을 실시했으나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대문어 금지체장을 기존 400g에서 600g으로 상향 조정했다. 참문어는 올해부터 매년 5월 16일~6월 30일까지 금어기를 설정해 산란기 어미를 보호하고 있다.

문어 요리의 기본은 '손질'부터
(왼쪽)문어 초회.(오른쪽)문어탕수육. /사진=국립수산과학원(왼쪽)문어 초회.(오른쪽)문어탕수육.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똑똑하고 모성애도 강한 문어. 배울 게 많은 친구지만 먹을 것은 더 많다. 맛있는 문어요리의 시작은 '손질'이다. 갓 잡은 문어가 아니라면 눈 위쪽의 몸통을 뒤집어 내장을 제거하고 팔 사이에 자리잡은 입, 몸 중간의 머리에 달린 두 눈을 제거한다. 이후 소금과 밀가루를 버무려 팔 부분의 촉수에 껴있는 이물질과 흡착시킨 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궈낸다. 간혹 커피믹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후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넣은 뒤 설탕과 식초를 적당량 넣고 7~8분 삶는다. 젓가락이 쑥 들어갈 정도가 되면 잘 익은 문어숙회가 완성된다.

문어숙회는 문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많이 알려진 문어요리는 문어전, 문어국밥, 버터 문어구이, 문어가라아케, 문어라면 등이 있다. 얇게 썬 문어숙회를 쯔유, 식초, 설탕 레몬즙 등과 섞은 뒤 오이, 양파, 피망, 무순과 버무린 문어초회도 별미다. 문어를 전분과 버무려 튀겨내는 문어탕수육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맛있는 문어가 기다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이렇게 맛있는 문어를 값싸게 사는 법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갑자기 바뀐 날씨에 잠못드는 초가을밤 문어숙회 한 접시를 즐기며 잠자리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감수: 김기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해양수산연구사
먹음직스러운 자숙문어 슬라이스. /사진=수협쇼핑먹음직스러운 자숙문어 슬라이스. /사진=수협쇼핑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