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혁' 핵심은 생산성, 日 넘어선 민간…정부는?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21.09.08 14:44
글자크기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7>재정의 전략적 재구성, 행정개혁-②행정분야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1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재정 전략적 재구성, 행정 개혁'을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윤영일 전 의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머니투데이는 이달 1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재정 전략적 재구성, 행정 개혁'을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윤영일 전 의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선진국 사회라고 하는 것은 결국 비용 상승을 능가하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 길이 없다." - 박형수 케이(k)-정책플랫폼 원장

재정·행정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생산성 향상'이 행정 개혁의 핵심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건 민간 부문처럼 정부 역시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다.



공무원 인력과 예산 등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고도 정책 만족도를 높이지 못하는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뒤따랐다. 정책 발굴과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는 '거버넌스'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인당 생산성, 일본 넘어섰지만…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와 함께 개최한 정책 좌담회 '재정 전략적 재구성, 행정 개혁'에서 "PPP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한국이 일본을 능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간 부문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눈부신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도 이에 걸맞은 혁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IMF(국제통화기금) 자료 등을 분석해 지난달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PPP(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경상 GDP(국내 총생산)는 4만3001달러로 일본(4만2725달러)를 추월했다. 지난해 한국(4만4621달러)은 일본(4만2248달러)과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20여년 전인 1990년 한국(7553달러)과 일본(2만325달러)이 큰 격차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PPP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각국 통화 단위로 산출된 GDP를 달러로 단순 환산해 비교하는 방식과 구별된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 막대한 예산·공무원, 평가 결과는 왜…"
'행정개혁' 핵심은 생산성, 日 넘어선 민간…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역임한 박형수 케이(k)-정책플랫폼 원장은 "정부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경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엄청나게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 정보학연구소가 2019년 발간한 대한민국 정책평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막대한 예산과 인원 투입에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하락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정부 정책 지지도는 3.26으로 전년(2.85)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2018년 3.06, 2019년 3.09에 그쳤다.

박 원장은 "이번 정부 들어 20만명 가깝게 정부·지방 공무원 숫자가 늘었고 인건비만 해도 십수조원, 연금까지 합하면 수십조원이 될 것"이라며 "돈도 어마어마하게 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600조원대인데 한 정권에서 앞자리 숫자가 두 번이나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리소스(자원)를 민간에서 가져와 썼는데 왜 국민들로부터 이런 평가 결과가 나왔을까 고민해야 한다"며 "가정에서조차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에 맞춰 소비와 생산 활동을 모두 바꾼다. 정부는 무엇을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윤영일 전 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일 전 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거버넌스'가 아니면 생산성 올릴 수 없다"
박 교수는 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민간과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 부분과 민간 부분이 이제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거버넌스가 아니면 생산성을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험 경제'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증세 논의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것도 경험 경제의 부족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혁신 성과를 보여야 증세가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박 교수는 "증세를 하려면 국민들께 스토리텔링을 잘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이만큼 국민 만족도를 높였고 이만큼 혁신했으니, 이제 증세를 하겠다는 스토리텔링을 해야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의 지적처럼 "지금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전 세계에 팽배해 있다"라며 "돈은 엄청나게 쓰는 데, 성과는 그에 비해 미미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 1인당 생산성이 미국의 1/2, 독일의 1/3에 불과하다며 차기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무원의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 수준의 제고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겠다 그러면 빨리 반응해서 보완하면 된다"며 "민간과 협치가 잘되면 공무원들이 걱정하는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풀어 주어야 할 규제를 놓지 않는다"며 "이런 환경에서 공무원들은 감사원 등의 합법성 감사를 의식해 인.허가 하나 해 주는데도 매우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순간에도 민간 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열심히 운동장에서 달리려고 해도 온갖 규제의 틀을 가지고 이들의 발목을 묶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이번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 준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공무원 채용 제도…갈라파고스 상태 바꿔야"
'행정개혁' 핵심은 생산성, 日 넘어선 민간…정부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방식의 '정책랩' 위원회 신설 목소리도 뒤따랐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윤영일 전 국회의원은 "다양한 정책들이 국민들의 기대나 수요에 의해 제기되는데 이를 총괄해서 수행, 테스트, 구현하는 정책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무원 채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공무원 채용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관료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같은날 같은시간에 같은과목 문제를 가지고 시험을 본다. 다른나라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갈라파고스 제도와 같은 상태인데 이것을 바꿔야 한다"며 "종 다양성도 확보가 안되고 철저히 군대식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깨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가 이달 1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재정 전략적 재구성, 행정 개혁'을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윤영일 전 의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머니투데이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킵스)가 이달 1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재정 전략적 재구성, 행정 개혁'을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광국 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윤영일 전 의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