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아닌 '상어' 였다…시총 40조 카뱅, 4대 금융지주 잡을까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9.06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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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카카오뱅크

편집자주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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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의 '메기'로 불리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28,100원 ▼100 -0.35%)가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지 약 한 달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을 뛰어넘고 '메기'가 아닌'상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3만9000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40조원에 육박하는 몸값은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시총의 60%가 넘는다.

매매동향을 보면 지난 한 달 간 외국인 매수세가 거침없었다. 외국인 비중은 어느덧 7%대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가 상존하는 '논란의 종목'이다.



◆"이 구역은 내가 접수한다" 30조짜리 '따상' 화끈한 데뷔…15% 더 올랐다
지난달 6일 상장된 카카오뱅크는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작한 뒤 상한가)을 기록하며 한국 증시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장의 평가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웠다.

끝이 아니었다.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상장 2주만인 지난달 19일 종가 기준 9만2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3일 종가 8만800원으로 상장 첫날 대비 15.76% 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 대규모 블록딜로 주가가 충격을 받은걸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매일같이 수천억원대 거래대금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증거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은 3조7506억원에 달했다. 지난 3일 거래대금도 3203억원으로 낮은 편이 아니다.


카카오뱅크의 일반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거쳐 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카카오뱅크의 일반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거쳐 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막내이지만 대장입니다"…카카오뱅크, 은행株 이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 올리면서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본격 금리 인상 시기에 들어서면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확대되고 은행의 이익이 늘면서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은행업 지수에 편입됐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8조3881억원. KB금융 (70,300원 ▲1,300 +1.88%) 21조9962억원, 신한지주 (47,200원 ▲200 +0.43%) 19조9924억원, 하나금융지주 (58,900원 0.00%) 13조4058억원, 우리금융지주 (14,590원 ▼20 -0.14%) 8조1907억원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로 꼽히는 곳들의 시총을 다 더하면 63조5851억원이다. 카카오뱅크 시총은 4대 금융지주 시총을 모두 합친것의 60%가 넘는 규모다.

이때문에 카카오뱅크가 은행주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지수 편입 결정으로 은행주를 다시 봐야할 시기"라며 "7월 중간배당과 8월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은행주 수급 이탈(쏠림 현상)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은행주 약세 이벤트가 마무리 국면에 이르고, 하반기에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기대된만큼 은행의 건전성은 견고할 것"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세 역시 거침없다. 향후 '주무기'로 삼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액이 지난 달 한달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8월 한달 간 해당대출 공급액은 2674억원으로 7월(114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6월에는 876억원을 공급했다.

중·저신용 고객 대출이 전체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 말 10.6%에서 12% 이상으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휴대폰 소액결제정보·개인사업자와 카드가맹점 매출 정보 등을 활용한 개인사업자 특화 모형을 개발하는 등 CSS를 고도화해 상환 능력 평가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신용고객 대출 이자 지원도 계속 진행해 관련 대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카카오뱅크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카카오뱅크
◆1.1조 블록딜 흥행 비결…"아직 싸다" 판단, 외국인 비율 급증
지난 1일 장 마감 후 이뤄진 우정사업본부의 1조1000억원 규모 블록딜이 백미였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이번 블록딜 실무를 맡았는데, '뭉칫돈'을 들고 온 국내외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날 카카오뱅크 종가가 8만8800원이었는데, 할인율이 밴드 9.9~13.9% 중 최하단인 9.9%에 결정됐다. 정리하자면, 투자자들이 8만8800원도 싸다고 판단했고 한자릿수 할인율인 9.9%만 적용해도 카카오뱅크 주가가 그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봤다는 의미다. IPO(기업공개) 당시 원하는만큼 또는 아예 물량을 받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블록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투자 6년만에 약 10배 수익을 실현하면서도 보유물량의 10% 정도는 남겨뒀다. 이 역시 추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카카오뱅크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6일 공모당일에는 외국인 비율이 2.2%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외국인 비율은 7.16%까지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뜻이다.

◆고평가 논란 아직도…'우려' 포인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조정했다. 주가가 회사의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금융 업계의 주류로 들어와 대출 상품을 확장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2025년 카카오뱅크의 주당순이익(EPS) 연평균 성장률을 74%로 전망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은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주가가 급격히 오른만큼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맥락이다.

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그럼에도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는 9만4000원으로 현재가보다 15% 이상 높다.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각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보면 신한금융투자(10만1000원), SK증권(6만4000원), 교보증권(4만5000원) 등 편차가 크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집중 공략한 고신용 대출 시장 점유율은 잔액 기준 6.7%로 개인 대출 신규 기준 점유율이 13%에 달한다"며 "높은 대출 자산 성장과 낮은 비용에 따라 손익 분기점 돌파 시점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핀테크에 대한 견제와 규제가 심해지고 있어 카카오뱅크의 투자 매력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공모가 대비 많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하락한다고 매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기업가치를 살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블록딜 소식이 나온 후 매매 수요가 있어 주가가 빠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펀더멘털 움직임과는 다른 문제"라며 "다만 아직 카카오뱅크 주가가 싸지는 않다"고 밝혔다.

◆보호예수물량 쏟아진다, 블록딜은 언제 또?…오른만큼 걱정되는 '차익실현'
수익은 실현해야 의미가 있다. 카카오뱅크에 초기부터, 상장 전부터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수익실현의 기로에 섰다. 10배 수익을 내며 블록딜에 성공한 우본처럼, 주가가 급격히 오른만큼 차익실현에 나서려는 기존 투자자들이 여럿 있다. 뒤늦게 '카뱅호'에 탑승한 주주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언제든 블록딜 등 대규모 매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우본 이외에도 넷마블은 지난달 10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총 5632억원치 카카오뱅크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다. 넷마블은 아직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 카카오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국투자금융지주·KB국민은행·서울보증보험·이베이코리아·예스24 등이 주요 주주다.

상장 당시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중 6개월간 카뱅 주식을 들고 있겠다고 의무 보유를 확약한 비중은 8.3%에 불과하다. 58.7%는 의무 보유를 아예 확약하지 않았다. 이들은 언제든 카카오뱅크 주식을 팔아도 된다.

카카오뱅크는 6일로 상장 한달째를 맞는다. 1개월 보호예수를 약속한 314만1600주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이 만료된다. 이는 카카오뱅크 전체 주식수 대비 지분율은 0.66%다. 마음만 먹으면 이날부터 매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나오는만큼 주가가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긍정적 전망도 상존하고 있는만큼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기 아닌 '상어' 였다…시총 40조 카뱅, 4대 금융지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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