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못한 '자율주행L4'에 도전장…샤오미는 왜 그랬을까[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2021.09.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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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샤오미 제품들. /사진=샤오미 블로그샤오미 제품들. /사진=샤오미 블로그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깔끔한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 제품을 자랑하는 샤오미가 전기차 법인을 공식 등록하고 '실질적 개발'을 개시했다.

이달 1일 샤오미는 자회사 '샤오미 EV, Inc.' 법인 등록를 마쳤다. 샤오미 전기차 자본금은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 샤오미는 앞으로 10년간 100억달러(약 11조57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1년 뒤부터 9년간 매년 100억위안 가까이 자본을 투여하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말 현재 샤오미가 보유한 현금은 1080억위안(약 19조3600억원). 샤오미가 서둘러 전기차를 출시해 돈을 벌어가며 개발비를 충당하거나 증시에 상장해 자본 조달에 나설 수도 있지만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당한 모험인 게 사실이다.

3월30일 샤오미그룹 이사회가 스마트 전기차 사업을 선언했을 때 창업자 레이쥔은 말했다. "이것은 기업가로서 내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샤오미 자동차에 내 인생의 모든 축적된 업적과 명성을 걸겠다"



대단한 선언 같지만 레이쥔은 샤오미 창업 초기인 2012년에도 "샤오미는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며 끝장을 보겠다"고 했다.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마지막 도전'에서 알 수 있듯 레이쥔은 마케팅에 특화된 경영자다. 전기차 프로젝트도 흥행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전기차 진출 이사회가 끝나고 1주일 뒤인 4월6일 레이쥔은 중국 SNS 웨이보에 전기차 가격 설문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전'자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다. 그러고는 "웨이보 투표 결과 팬들은 10만~30만위안(약 1800만~5400만원)대 샤오미 전기차를 원했다"고 발표했다.

레이쥔 중국 샤오미 공동창업자레이쥔 중국 샤오미 공동창업자
7월28일에는 웨이보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자율주행 엔지니어 모집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해당 분야 인재 500명을 뽑았다.


이때 레이쥔은 샤오미 전기차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를 공개했다. 현존하는 최고 기술 자율주행차로 인정받는 레벨4 수준의 스마트카 개발이다. 여기서 말하는 '레벨'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정의한 것으로 △L0(레벨0) 자동화 기능 없음 △L1 속도 또는 방향 중 하나만 자동제어 △L2 정해진 구역 내 속도.방향 동시 제어 가능 → 고속도로 차로 추종 가능 △L3 고속도로 등 정해진 구역 내 자율주행 가능. 단, 때때로 운전자 개입 필요 △L4 정해진 구역 내 자율주행 가능, 운전자 개입 불필요 △L5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 개입 불필요 등으로 구분된다.

지금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L4를 목표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샤오미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 분야에 뛰어든 업체들은 자동차 회사이거나 구글처럼 지구를 덮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곳들이다. 자동차 기술 위에 데이터가 더해져야 가능한 분야다. 이도 저도 아닌 샤오미의 히튼카드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테슬라조차 현행 기술은 L2수준이다. 테슬라는 연내 완전 자율주행차(L5) 개발을 목표로 잡았지만 올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자동차부(DMW)가 내린 판단은 여전히 L2 수준이었다. 테슬라가 대중에 과도한 기대를 심어준 것을 질책하듯 DMW는 "테슬라도 알고 있듯이 이 기술의 한계에 대한 대중의 오해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 웨이라이(蔚來)는 얼마 전 자체 자율주행 프로그램 NOP(Navigate on Pilot)을 적용한 차를 출시했다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L2 수준의 차량 주행능력을 운전자가 과신한 결과다.

샤오미는 지난 7월 자율주행 기술 회사 딥모션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중국 AI 알고리즘 전문가들이 창업한 회사다. 여기에 그룹 내 1만6000여명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연간 연구개발에 100억위안을 지출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스마트폰마저 잘 팔려 2분기 사상최대인 878억위안(약 15조8000억원) 매출과 83억위안(약 1조5000억원) 순이익을 올렸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다. 샤오미는 14억 내수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을 넘어서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성공 경험이 자산이라면 샤오미는 꽤 괜찮은 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늦깎이에 전기차, 게다가 기술적 난제로 가득한 자율주행에 도전장을 낸 것은 레이쥔 말처럼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그런데 중국이라면 '맨 땅에 헤딩'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선두주자들의 중국 시장 진입을 방해(반대로 미국이 '기술탈취'를 명분으로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막을 수도 있다)하면서 샤오미에 시간을 벌어줄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 기업이라도 중국 내에서 시장을 석권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대륙에서 자율주행을 통해 도로나 사람들의 생활 패턴 같은 데이터를 쌓고 가져가는 것을 그냥 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든든한 안방을 둔 샤오미로서는 괜찮은 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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