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안 쓴 마통 만기되니, 한도 줄인다고 문자 통보"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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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토크]"안 쓴 마통 만기되니, 한도 줄인다고 문자 통보"


#. 40대 회사원 K씨는 은행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일제히 줄인다는 소식을 '남 얘기'로 흘려들었다. 새로 개설하는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오겠지만 K씨는 이미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뚫어놨기 때문이다. 방심하던 그는 본인의 마통 한도가 깎인다는 은행의 문자공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새로운 규제와 별개로 은행마다 기존 약정상 쓰지 않은 마통 한도를 10~50%선에서 축소한 데 따른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그는 여러모로 '대출 빙하기'를 실감중이다.

'대출 절벽'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거래를 하는 모든 고객이 피할 수 없는 절벽에 다다랐다. 문제는 앞으로 대출 절벽이 더욱 가팔라진다는 점이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의 선제적 관리를 재차 강조한 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장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 인상이 시작된 탓이다. 고 위원장은 3일 이주열 한은 총재와 만나 "가계부채 증가, 자산가격 과열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오는 10일엔 가계부채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5대 금융지주 회장도 만난다.



은행들은 이미 조치에 나섰다. 우선 신용대출은 연봉 이내로 밖에 못 받는다. '연봉 2배 신용대출'은 옛말이 됐다.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이달 중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이 조치에 들어간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3일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협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신규 신용대출에만 해당한다. 기존에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의 경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은행 신용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 금리가 오른 탓이다.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03~3.63% 수준이다. 1년 전엔 2.34~2.78%로 2%대였는데 3%대로 훌쩍 뛰었다.

신규 마이너스통장은 한 사람당 최대 5000만원으로 끊긴다. 이미 신한은행, 우리은행에서는 올 초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5000만원으로 깎였다. 하나은행도 한도를 동일한 선에서 줄였고 국민은행도 이달 중으로 규제에 나선다. '마통 5000만원 규제'와 별개로 은행마다 사용하지 않은 마통에 대한 한도 차감을 약정하고 있어 '거액 마통'은 사라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2000만원을 초과하는 마통의 경우 만기일 3개월 전까지 평균 한도 소진율이 10% 이하라면 약정 한도의 20%를 자동감액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부터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통을 연장할 때 만기 3개월 전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경우 최대 20%를 감액한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도 사용률에 따른 감액 조건을 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은 받기 어려운 대출이 됐다. 농협은행은 11월까지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려 별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는 은행까지 금리 인상에 나섰다. 가계대출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은행은 3일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0.15%포인트씩 올렸다.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6개월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이 대상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1.5% 수준이었지만 '상시 관리'가 강화되면서 규제에 동참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연말 대비 3.08%, 전세대출의 경우 16.76% 늘어서다. 우리은행도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우대금리가 낮아지거나 사라지면 그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된다.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당장 수요가 없지만 연말, 연초 일에 미리 대비해 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의 추가 규제는 예측할 수 없어 현행 조치로만 문의에 답하고 있는데 불안감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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