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https://thumb.mt.co.kr/06/2021/09/2021090313113514837_1.jpg/dims/optimize/)
이러한 기업들 중에는 자동차 부품 제조 중견 기업 '센트랄'도 포함돼 있다. 창업자 강이준이 부산 국제시장 한 켠에 조그맣게 마련한 자동차 부품상 '신라상회'가 그 출발이었다.
최근 출간한 '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는 센트랄의 70년사를 정리한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통해 유명 빵집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던 김태훈 작가가 직접 센트랄에 취업해 임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무수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거쳐 정리했다.
'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 어떤 재미와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는 센트랄 임직원이나 거래처 등의 관계자들보다는 오히려 일반 독자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절반, 아니 그 이상의 비중은 센트랄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자동차 산업사가 차지한다.
책에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을 맞이하고 6.25 전쟁을 지나 민주화 운동을 거치는 대한민국의 격동의 세월이 담겨있다. 그 시대와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센트랄은 단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연 매출 1조 3000억 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센트랄의 이야기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전후 폐허 속 최악의 환경에서 어떻게 창업을 했는지부터 기업이 커가면서 겪은 경영권 분쟁과 노사 갈등을 극복한 이야기,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야기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책 마지막에 포함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인터뷰는 보너스다. 강이준 창업자에게 가업을 이어 받은 강태룡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강 회장의 입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만의 매력이다.

앞서 머니투데이는 지난 4월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디지털 전환을 잘하는 제조업 중견 기업으로 센트랄을 추천받아 강상우 총괄 사장을 인터뷰하고, 센트랄 공장과 사무실을 방문해 직접 그 변화를 목격한 바 있다.
센트랄은 최근 강 총괄 사장의 지휘 아래 또 한 번의 큰 변화와 도약을 준비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조직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경영철학과 비전으로 앞으로의 70년과 그 이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 = 김태훈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460쪽/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