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전국의 피난민이 모여든 부산은 경제, 산업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대한민국의 중심지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외에도 많은 기업가들이 자연스럽게 부산에 터를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 CJ, 신세계 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을 비롯해 LG그룹의 뿌리인 락희화학공업사, 대상그룹의 원형 동아화성공업 등이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많은 사람들에게 센트랄은 낯선 기업일 수 있다.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다 보니 일반 소비자가 센트랄의 이름을 마주할 일이 드물다. 하지만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매일 센트랄 제품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 브랜드 5개사를 포함해 전 세계 43개 완성차 브랜드의 자동차들에 센트랄의 부품이 들어간다.
'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 어떤 재미와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는 센트랄 임직원이나 거래처 등의 관계자들보다는 오히려 일반 독자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절반, 아니 그 이상의 비중은 센트랄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자동차 산업사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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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을 맞이하고 6.25 전쟁을 지나 민주화 운동을 거치는 대한민국의 격동의 세월이 담겨있다. 그 시대와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센트랄은 단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연 매출 1조 3000억 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센트랄의 이야기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전후 폐허 속 최악의 환경에서 어떻게 창업을 했는지부터 기업이 커가면서 겪은 경영권 분쟁과 노사 갈등을 극복한 이야기,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야기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책 마지막에 포함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인터뷰는 보너스다. 강이준 창업자에게 가업을 이어 받은 강태룡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강 회장의 입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만의 매력이다.
강상우 센트랄 총괄사장이 지난 4월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1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앞서 머니투데이는 지난 4월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디지털 전환을 잘하는 제조업 중견 기업으로 센트랄을 추천받아 강상우 총괄 사장을 인터뷰하고, 센트랄 공장과 사무실을 방문해 직접 그 변화를 목격한 바 있다.
센트랄은 최근 강 총괄 사장의 지휘 아래 또 한 번의 큰 변화와 도약을 준비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조직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경영철학과 비전으로 앞으로의 70년과 그 이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 = 김태훈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460쪽/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