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조상우-대주자 김혜성... 키움의 '사치'? 들여다보면 이유 있었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1.09.0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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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전에서 8회초 포수 이지영으로부터 공을 건네받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조상우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전에서 8회초 포수 이지영으로부터 공을 건네받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마무리 투수'를 0-0 동점인 8회에 올리고, '주전 유격수'를 대주자를 쓰는 사치를 부렸다. 하지만 그러한 경기 운영은 4연패 탈출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사치가 아닌 계획된 '필승 전략'이었음을 입증했다.



키움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1-0 진땀승을 거뒀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4연패로 4위에서 6위까지 떨어졌던 키움은 5위로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진입했다. 이날 경기는 선발 정찬헌이 6이닝 무실점 피칭을 한 데 이어 경기 막판 키움의 승부수가 주효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조상우(27)가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 조상우의 이른 투입 자체는 계획된 것이었다. 지난 1일 홍원기 키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앞으로 조상우를 이기는 경기뿐 아니라 팽팽한 경기에서도 앞당겨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연장전이 없다 보니 9회 전에도 중요한 상황이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 조상우를 기용하는 것이 선수에게나 팀에나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왜 8회 동점 상황이었을까. 이유는 KT의 8회 성적에 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KT는 8회 팀 타율 0.312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리그 전체 1위 기록이다. 타점과 득점 역시 각각 71타점, 76득점으로 SSG 랜더스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8회 많은 타점과 득점을 뽑아냈다. 반면, 9회 타율은 0.195로 리그 꼴찌다. 자연스레 타점과 득점 역시 24타점 25득점으로 KIA 타이거즈와 함께 리그 전체 꼴찌다.

따라서 키움은 KT의 8회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조상우는 기대대로 8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는 장성우와 조용호를 연속 삼진 처리한 후 포수 이지영의 타격 방해로 심우준에게 출루를 내줬다. 하지만 황재균을 3구 삼진으로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김혜성이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전에서 8회말 1사 2루 상황에 대주자로 나서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혜성이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전에서 8회말 1사 2루 상황에 대주자로 나서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제는 반대로 득점을 낼 차례. KT와 마찬가지로 키움 역시 8회 타율이 0.279(리그 5위)로 9회 타율 0.241(리그 8위)보다 높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송성문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8회말 1사 상황에 나선 송성문은 주권의 시속 131㎞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익수 쪽 2루타를 만들었다. KT는 마무리 김재윤을 일찍 내보냈고 키움은 이날 휴식 차원에서 선발로 나서지 않았던 김혜성(22)을 대주자로 내세웠다.

마운드의 김재윤은 2구째를 던지기 전 2루에 있던 김혜성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나 곧 타석의 박동원에게 집중했다. 김혜성은 그 틈을 노렸다. 3루로 내달린 김혜성은 여유 있게 안착했고, 포수 허도환은 3루수 황재균이 베이스를 비운 탓에 송구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이렇게 시즌 32도루에 성공하면서 김혜성은 자신의 한 시즌 도루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기록은 2018년에 세운 31도루. 김혜성은 삼성의 박해민과 도루 공동 선두에 오르면서 치열한 도루왕 경쟁을 이어갔다.

대주자 작전 역시 요행을 바란 것이 아닌 확률에 근거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혜성의 도루 성공률은 0.918. 34번의 도루 시도 중 단 3차례밖에 실패하지 않았었다. 3루 도루 역시 올 시즌 두 차례 성공한 적이 있어 한 점이 중요한 키움에는 최고의 카드였다. 중계진 역시 "(김혜성은) 충분히 3루를 노릴 수 있는 대주자였는데 KT가 2루 주자를 너무 신경 쓰지 않았다"고 KT의 안이함을 지적했다.

한순간의 선택이 승패를 갈랐다. 김혜성의 도루 후 박동원이 볼넷을 골라냈고, 윌 크레익이 김재윤의 8구째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3루에 있던 김혜성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고 이 득점은 그대로 키움의 4연패를 끊는 결승 득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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