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축구는 없었다, 이라크전 충격 '남 탓'할 때 아니다 [★상암]

스타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2021.09.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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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이라크 경기 도중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답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이라크 경기 도중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답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라크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고도 정작 골을 넣지 못한 결과였다. 우려했던 중동팀 특유의 '침대축구'는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기회를 많이 만들지도 못하고, 또 기회가 오더라도 살리지 못한 한국 스스로의 탓이 컸다.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겼다. 최종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카타르를 향한 여정을 힘차게 시작하려던 벤투호의 계획은 첫 경기부터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 36위, 이라크는 70위였던 피파랭킹 격차, 그리고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객관적인 전력 차 등은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 기록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은 70%에 가까운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다. 슈팅수도 무려 15-2로 이라크보다 13개나 더 때렸다. 그런데도 무득점에 그친 결과는 여러모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공격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이라크는 거칠게 한국을 압박했고, 두텁게 수비벽을 쌓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벤투호는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전방보단 2선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던 손흥민은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했고, 원톱 황의조(29·보르도)마저 침묵했다. 나름 깜짝 카드로 내세운 송민규(22·전북현대)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이라크전이 답답하게 흐르자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이라크전이 답답하게 흐르자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구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살리지 못했다. 전반 27분 골대 바로 앞에서 찬 이재성(29·마인츠05)의 슈팅은 골대 위로 솟구쳤고, 황희찬(25·울버햄튼)이나 권창훈(27·수원삼성)의 헤더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거나 골대를 외면했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킨 장면조차 없었다. 오롯이 한국의 골 결정력이 떨어지거나 위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경기 전부터 우려되던 '침대축구'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다. 이날 이라크의 경기 운영방식도 침대축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종종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선수가 나와 시간이 지연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지난 6월 벤투 감독이 물병을 걷어찼던 레바논전처럼 악의가 담긴 지연 행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막판 시간 지연을 이유로 경고가 나온 건 전 세계 어느 리그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핑계겠지만 계속 시간을 끄는 건 너무나도 안타까운 부분"이라던 손흥민의 일침은 이날 벤투호 스스로의 경기력, 그리고 침대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라크의 경기 운영과 맞물려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다. 대신 그가 전제로 언급했던 "저희가 잘못해서 골을 못 넣은 것"이라는 자책이 차라리 더 와닿았다. "위험한 상황은 2~3차례 뿐이었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는 딕 아드보카트(74·네덜란드) 이라크 감독의 평가도 이날 벤투호의 처참한 경기력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한편 벤투호는 전열을 재정비한 뒤 오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벤투 감독은 "최대한 회복하며 오늘 경기를 분석하고, 2차 예선에서 만났던 팀인 만큼 더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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